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대빈창 2015. 7. 9. 04:44

 

 

책이름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지은이 : 나쓰메 소세키

옮긴이 : 김난주

펴낸곳 : 열린책들

 

‘하나 지금 세상에 유능하다는 사람을 보아하니, 거짓말로 사람을 꾀고, 재빠르게 처신해서 좋은 것을 골라 갖고, 허세를 부리며 남을 위협하고, 덫을 놓아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듯하다.’(349쪽) 책갈피를 넘기다 나는 여기서 멈칫했다.

작금 한국문단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시인·소설가인 이응준의 한 편의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 일으킨 파장 때문이었다. 15년 전 소설가 신경숙이 단편소설 『전설』에서 일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 ~ 70)의 『우국(憂國)』을 표절했다. 아니 표절이 아니라, 복사수준이었다. 『전설』의 한 대목(240 ~ 241쪽)은 『우국(憂國)』의 작품 구절을 그대로 따왔다. 신경숙은 한국 문단의 별이었다. 1985년 등단하여 현대·만해·동인·이상문학상 등 한국의 대표적인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고, 프랑스의 ‘리나페르쉬상’(2009년)과 ‘맨아시아 문학상’(2012년)을 수상하여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가장 뛰어난 스타 작가였다. 내 책장의 가장 오래 묵은 소설도 신경숙의 첫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문학과지성사, 1993년)다. 표절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출판사 창비는 작가의 무조건 두둔에서 한 발 물러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을 서점에서 회수했다. 작가는 말인지 막걸리인지 사과의 말을 했다.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완전한 유체이탈화법이었다.〈문학동네〉, 〈창비〉, 〈문학과지성사〉 문학출판 '빅3'로 불리는 거대출판사의 치부를 드러낸 일대 사건이었다. 개인의 도덕적 문제를 넘어선 문단권력의 출판상업주의가 빚어 낸 절망적인 풍경이었다.

다시 고양이로 돌아오자. 표지그림은 총천연색의 10마리 고양이들이 제 각기 포즈를 취한 모습이 앙큼하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제목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홍사용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떠올렸다. 김영현의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노벨문학상 작가를 두 명 배출했다. 1968년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1994년 『개인적 체험』의 오에 겐자부로다. 그리고 2014년 노벨문학상 후보 1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였지만, 수상은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나의 기억장치는 이상하게 나쓰메 소세키를 노벨상 수상작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1867 ~ 1916년)는 구 천엔권 지폐속의 얼굴 주인공으로 근대 일본의 국민작가였다.

이 장편소설은 3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이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전체가 11장으로 이루어졌고, 문예잡지 〈두견새〉에 2년 동안 연재되었다. 나쓰메가 소설을 발표한 기간은 1905년 38세부터 1916년 49세까지 불과 12년 동안이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이름 없는 길냥이가 영어선생 진노 구샤미 댁에 머물면서 선생과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사건을 관찰한 것이 전부다. 문제는 주인공 고양이가 인간의 식견을 갖추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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