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 4 교토의 명소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건인사(建仁寺) 방장 정원 대웅원(大雄苑), 조음정(潮音庭)·○△□정원
천룡사(天龍寺) 방장 정원 조원지(曹源池)
용안사(龍安寺) 방장 정원 석정(石庭)
은각사(銀閣寺) 정원 은사탄(銀沙灘)·향월대(向月臺)
남선사(南禪寺) 대방장 정원, 남선원(南禪院)·천수암(天授庵)·금지원(金地院)
대덕사 방장 정원 대선원(大仙院), 용원원(龍源院) 용음정(龍吟庭)·서봉원(瑞峰院) 독좌정(獨座庭)·고봉암(孤篷庵) 망전(忘筌)
가쓰라 이궁(佳離宮), 수학원 이궁(修學院 離宮)
시선당(詩仙堂) - 무사 출신 시인 이시카와 조잔의 은거지
이 책에 나오는 일본의 대표적인 정원들이다. 표지 그림의 용안사 석정을 비롯한 선종 사찰 방장 정원은 마른 산수 정원이고, 가쓰라 이궁과 수학원 이궁은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이다. 「일본편 4 교토의 명소」는 교토의 아름다운 정원을 답사하는 순례기다. 저자는 말했다. “일본의 정원은 일본인의 정신과 문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일본 고유의 정원 양식은 새로운 불교 사상인 선종이 전래되면서 싹텄다.
‘일본미의 상징’인 용안사 석정은 서양인에게 ‘놀라움이고 기적의 공간’이었다. 80년대 초반 청년 건달이었던 나는 한때 DJ를 꿈꾸며 FM 팝송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때로 장난기가 넘치던 〈2시의 데이트〉의 DJ 김기덕은 몇 분간 침묵 속에 빠진 다음, 곡 설명을 했다. 나는 그때 속으로 “참, 싱거운 사람 같으니”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런데 그 곡은 작곡가 겸 실험미술가였던 존 케이지(John Cage, 1912 ~ 92)의 「4′33″」라는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은 실제 곡이었다. 존 케이지는 용안사를 방문한 후 50년대부터 선(禪, Zen)에 심취하면서 공(空, voidness)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읽다가 30년 전 젊은 시절 한 때를 떠 올리다니. 그리고 로버트 라우션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 ~ 2008)의 「하얀 그림」(white painting)은 빈 캔버스다.
한국과 일본은 이름부터 다르다. 한국의 대표적 원림(園林)은 고산 윤선도의 보길도 부용동 원림이고, 일본의 대표 정원(庭園)은 희대의 작정가(作庭家)인 고보리 엔슈의 가쓰라 이궁이다. 원림은 자연 공간 안에 인공적인 건물이 배치되고, 화단에 나무가 심겨진다. 사람은 공간 속에 파묻힌다. 반면 선종 사찰의 마른 산수 정원은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 공간으로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없다. ‘산과 투쟁하듯이 이를 악물고 산마루를 뛰어다녔던 철부지 시절과 이념에 대한 한때의 허망함으로 문화재 답사에 목메었던 세월을 지나, 나는 이제 느린 걸음으로 전통정원을 소요하고 싶다.’『한국정원답사수첩』책 리뷰의 한 구절이다. 나는 그동안 보길도에 세 번 발걸음을 했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이 미치지 못한 원림은 부지기수였다. 섬에 정착하고 나의 답사여정은 한없이 게을러졌다. 전남 담양 소쇄원과 경북 봉화 청암정을 머리속에 그린것이 언제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