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열하일기
지은이 : 박지원
옮긴이 : 김혈조
펴낸곳 : 돌베개
유득공의 서문 - 1권 ; 열하일기서熱河日記序.
일기체 - 1권 ; 도강록渡江錄, 성경잡지盛京雜識, 일신수필馹迅隨筆, 관내정사關內程史, 막북행정록漠北行程錄. 2권 ; 태학유관록太學留館錄, 환연도중록還燕道中錄.
산문체 - 2권 ; 경개록傾蓋錄, 황교문답黃敎問答, 반선시말班禪始末, 찰십륜포什倫布, 행재잡록行在雜錄, 심세편審勢編, 망양록忘羊錄, 곡정필담鵠汀筆談, 산장잡기山莊雜記. 3권 ; 환희기幻戱記, 피서록避署錄, 구외이문口外異聞, 옥갑야화玉匣夜話, 황도기략黃圖紀略, 알성퇴술謁聖退述, 앙엽기盎葉記, 동란섭필銅蘭涉筆, 금료소초金蓼小抄.
돌베개에서 출간된 3권의 열하일기를 서술형식으로 구분하면 위와 같이 나눌 수 있다. 열하(熱河)는 황제의 임시 거처인 행재소(行在所)가 있는 곳으로 만리장성 밖의 요해(要害)로 강희 황제시절부터 여름이면 황제가 더위를 피해 머무르는 장소로 궁전은 피서산장(避暑山莊)이다. 사절단은 40여일 만에 북경에 도착하였으나, 황제는 열하에서 만수절 행사를 열 것을 알려왔다. 일행은 부랴부랴 사행단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밤을 패서 열하로 향하니, 갖가지 체험과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여기서 연암은 황제가 여름에 열하에 상주하는 속셈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열하는 변방 북쪽의 깊숙한 곳으로 강성한 몽고족의 숨통을 쥘 수 있는 요해로, 이름은 비록 피서지만 사실은 천자가 직접 나서서 오랑캐를 막으려는 것이다.
‘또 검은 용 한 마리를 그리고, 붓을 퉁겨 짙은 구름과 소낙비를 그려 넣었다. 다만 용의 수염이 너무 뻣뻣하고 등의 비늘도 울퉁불퉁하며, 용의 발톱이 얼굴보다 크고 코는 뿔보다 길어서 모두들 웃었다.’(201쪽) 상루필담 商樓筆談 편에서 연암이 술이 취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다. 도판으로 연암의 <국죽도>菊竹圖가 실렸는데, 신사임당의 조충도 못지않았다. 다산 정약용, 초정 박제가등 실학자들의 그림솜씨는 자못 빼어났다. 우리가 익히 아는 「호질」虎叱은 1권 관내정사 關內程史, 「허생전」은 3권 옥갑야화玉匣夜話에 실렸다. 산장잡기山莊雜記에 모두 9편이 실렸는데 그중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와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가 가장 뛰어나 이름이 난 산문 작품이다. 3권 208쪽 도판 ‘하포荷包목단’은 잎 모양이 비슷해서 이름 붙였는데, 일명 조선목단이라고 했다. 연암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볼 수 없다고 했는데 내 눈에 분명 금낭화였다. 그렇다면 금낭화는 연암 사후 중국에서 이 땅에 들어왔다. 3권의 동란섭필銅蘭涉筆과 금료소초金蓼小抄 는 간혹 ‘믿거나 말거나 박물지’ 수준의 황당한 애기가 나왔다. 흡독석 吸毒石은 대추만하고 검푸른 색으로 독을 빨아들이는데 중앙아시아에 사는 일종의 독사 머리에 생기는 돌이다. 바늘을 삼켜 뱃속에 있을 때는 자석을 항문 밖에 두어서 당겨 내리게 한다. 내가 연암을 처음 접한 산문집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의 표제글이 3권 환희기幻戱記의 덧붙이는 말 「서화담과 장님」에 실렸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1737 ~ 1805)이 1780년(당시 44세) 10월 말 청나라 건륭황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중국을 다녀 온 기행문이다. 연암은 귀국하는 즉시 집필에 전념해 1783년 완성했다. 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의 핵심에 자리한 이 작품은 ‘조선 최고의 문학작품’ 또는 ‘민족 최고의 고전’ 또는 ‘세계 최고의 여행기’로 손꼽힌다. 돌베개는 1500여 쪽에 이르는 분량을 세 권으로 묶었다. 옮긴이 김혈조는 “장관은 깨진 기와 조각에 있고 똥거름에 있다. 기와조각으로 담장을 장식하니 근사하고 문 앞에 깔아 놓으니 비에도 땅이 질척거리지 않는다. 똥오줌은 가장 더럽지만 거름으로 쓰이면 금싸라기처럼 귀하게 된다.”라며 연암이 삼류 선비(下士)를 자처한 이 부분을 백미(百媚)로 꼽았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30년 독서여정의 정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열하일기를 내 손에 펼쳐들다니. 스스로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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