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두 권

대빈창 2015. 6. 4. 07:00

 

 

책이름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

지은이 : 공지영

펴낸곳 : 김영사 / 분도출판사

 

우리나라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꼽으라면 남자는 김훈, 여자는 단연 공지영이다. 공지영은 열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장편소설과 소설집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산문집을 펴냈다. 그런데 나의 책장에 그녀의 책이 야박스럽게 한 권 밖에 없다. 나는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맨발로 글목을 돌다」를 비롯한 몇 편의 단편소설을 작품집을 통해 읽었을 뿐이다. 한 권의 책은 14년 전에 김영사에서 출간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초판본이다. 새 책을 잡기 전 손때 묻은 1권을 먼저 펼쳤다. 18년 만에 신(神)에게 돌아 온 작가 공지영이 한 달 간 유럽의 수도원을 돌아 본 기행 에세이다. 스위스 프리부의 ‘길 위의 성모 피정의 집’의 책임자인 장 신부님의 소탈한 모습이 10여년 저편 기억을 되살렸다.

 

1권 ∥ 프랑스 - 아르정탱, 베네딕트 여자 봉쇄수도원 / 솔렘 수도원, 베네딕트 남자 봉쇄수도원 / 갈멜 수도원 / 마꽁 수도원 / 테제 공동체

스위스 - 길 위의 성모 피정의 집 / 마그로지 여자 시토 봉쇄수도회 / 오뜨리브 남자 시토 봉쇄수도회

독일 - 킴지 여자 수도원 / 함머 성당 / 오스나 브뤽 베네딕트 여자 봉쇄수도원 / 몽포뢰 도미니코 수도원 / 림부르크 수도원

2권 ∥ 한국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 미국 -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

독일 - 상트 오틸리엔 대수도원 / 뮌스터슈바르차흐 수도원 / 쾰른 카르디날 슐테 하우스

이탈리아 - 몬테카시노 수도원 / 수비아코 수도원 / 카말돌리회 산 안토니오 수녀원 / 카말돌리 수도원

프랑스 - 파리 기적의 메달 성당 / 스페인 - 아빌라

 

이제 내 책장에 작가 공지영의 책이 한 권 더 늘었다. 13년 만에 출간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다. 작가는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구상하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수도원을 취재하려 한국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을 방문한다. 이 책이 나오게 된 첫 걸음이었다.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에 한국전쟁 흥남철수에서 만사천명의 목숨을 살린 기적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은 건조된 지 5년 된 7,600톤급의 화물선 메러더스 빅토리아호의 당시 35세의 젊은 선장 레너드 라루였다. 선장이 된 그에게 내려진 첫 명령서는 밀봉되었다. 선원 10여명과 1950년 12월 19일 흥남에 정박한다. 미국 해군에 연료를 공급하고 돌아가면 되었으나, 선장은 그럴 수 없었다. 불과 10킬로 밖에서 중공군이 포격을 가하며 다가왔다. 자동차 엔진이 얼어터지는 추위 속에 흥남부두에 피난민들이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몰려 있었다. 저녁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만 사천명을 화물칸에 가득 태운 배는 기뢰가 깔린 바다를 불빛도, 무전도, 식량도 없이 공해상을 항해하기 시작했다. 배는 사흘간 항해 끝에 거제도에 닿았다. 항해 중 다섯 생명이 새로 태어났다. 그리고 단 한 사람도 상하지 않았다. 하선하는데 이틀이 걸렸다. 기적이었다. 항해 이후 선장 레너드 라루는 몹시 아팠다. 그는 미국 뉴저지 주의 뉴튼 세인트 폴 수도회에 입회했다. 마리너스 라루 수사는 2001년 10월 14일 생을 마칠 때까지 47년간 수도원에서 베네딕도 수도자로 여생을 살았다.

이 책에 한국전쟁과 관련된 또 다른 수녀님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카말토리회 산 안토니오 수녀원의 나자레나Nazarena 수녀님이다. 그녀는 젊었을 적 미국 워싱톤의 유망하고 아름다운 오페라 가수였다. 어느 날 “사막으로 가서 나와 함께 있자.”라는 그 분의 음성을 듣게 된다. 미국의 봉쇄수도원보다 더 완전히 고립된 카말토리회 산 안토니오 수녀원에서 봉인 생활을 허락받는다. 나자레나 수녀님은 44년 동안 작은 방에서 나오지 않고 극기생활을 하며 한국의 평화를 위해 평생 기도했다고 한다. 그녀가 수녀원을 찾아다닐 무렵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한국에서 온 수녀님을 만나고, 한국의 사정을 몹시 마음 아파하셨단다. 가슴 찡한 두 가지 사실을 안 것만으로 더없이 흡족한 책읽기였다. 얼마 전 선종하신 임인덕 세바스티안 신부님은 한국의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에 44년간 머무르셨다. 이 책은 왜관수도원이 운영하는 분도출판사에서 펴냈다. 그런데 신부님은 최민식 사진작가가 가난과 실의에 빠졌을 때 생활비는 물론 당시 아주 비싼 필름 값과 현상 비용을 모두 대주셨다. 아! 그랬었구나. 독재자의 핍박에 우리는 영영 서민들의 삶의 기록을 만나지 못했을 뻔 했구나. 故 최민식 작가의 사진집 HUMAN 인간과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이 운영하는 분도출판사, 지금 책씻이을 끝낸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나의 책읽기는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하일기  (0) 2015.06.17
육체쇼와 전집  (0) 2015.06.15
거꾸로 가자  (0) 2015.06.01
건축, 우리의 자화상  (0) 2015.05.29
가난한 휴머니즘  (0) 201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