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투구꽃
지은이 : 최두석
펴낸곳 : 창비
융건릉 거위벌레 / 독도 강치 / 백운산 고로쇠나무 / 울릉도 명이나물 / 유람선 괭이갈매기 / 고층 아파트 황조롱이 / 동강 꿩 가족 / 철원평야 두루미 / 돼지평전 원추리 / 양양 남대천 연어 / 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 / 영월 동강 어라연 산철쭉 / 홍도 청띠제비나비 / 참성단 소사나무 / 면앙정 참나무 / 철원 노동당사 돌나물 / 도동서원 은행나무 / 선운산 꽃무릇 / 광양 옥룡사터 동백숲 / 정암사 적멸보궁 주목 / 화엄사 구층암 모과나무 / 화엄사 각황전 매화나무 / 고란사 고란샘 / 예언서 옥룡록 / 현등사 곤줄박이 / 타클라마칸 폐허절터 도마뱀 / 불바라기 약수 / 경주 남산 마애관음보살 / 점봉산 곰배령 부비새 / 백두산 두메양귀비
1부 - 15편, 2부 - 16편, 3부 - 17편, 4부 - 15편. 모두 63편에서 거칠게 추린 시편의 제재들이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유성호의 ‘꽃을 바라보며 생각하다’다. 생태시집 「투구꽃」은 최두석의 여섯 번째 시집으로 동·식물도감처럼 수많은 생물상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원예시장, 양양 남대천, 백록담, 고향 들녘까지 진솔한 어조와 깊은 성찰을 담은 문명 비판과 자연 긍정의 생태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시인의 말∥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사회 속의 인간과 자연 속의 인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사나’하는 묵은 화두를 일용할 양식처럼 쪼아 먹고 있다고.
시인은 개발이라는 폭력에 의해 자연의 모든 고리가 끊어지는 것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표제시 ‘투구꽃’(40 ~ 41쪽)은 사물의 양면성을 내세워 세상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주는 시다. 조선 숙종의 빈(嬪) 장희빈이 마셨던 사약의 원료가 투구꽃의 뿌리다. 한약재 부자는 조금 쓰면 약이지만 많이 쓰면 독이 된다. 유람객이 장난삼아 던져주는 새우깡을 잽싸게 받아먹는 울릉도 ‘괭이갈매기’(23쪽)는 강화도 외포리 포구와 주문도를 오가는 카페리호를 따라다니는 갈매기와 겹쳐지고, ‘참성단 소사나무’(57쪽)는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69m에 자리 잡았고, 150년이라는 모진 풍파를 바람막이 하나 없는 참성단 정상에서 홀로 이겨냈다. ‘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46 ~ 47쪽)를 읽어나가다, 나는 책장에서 고재종 시집 「쪽빛 문장」을 빼들었다. ‘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그랬다. 두 시인의 출생지는 전남 담양이었다. 마지막은 ‘현등사 곤줄박이’(93쪽) 전문을 싣는다. 나의 경험으로 곤줄박이는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운악산 현등사 보광전 / 기둥에 걸어놓은 목탁에 / 새가 깃들여 산다
목탁의 구멍으로 드나드는 / 곤줄박이 한 쌍의 비상이 / 경쾌하고 날렵하다
곤줄박이는 알 품고 / 새끼 기를 집이 맘에 들어 / 기꺼이 노래하고
새의 노래 듣는 스님은 / 새 날아간 자취 더듬듯 / 목탁에 손때 먹인 세월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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