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복자는 울지 않았다
지은이 : 정낙추
펴낸곳 : 삶이보이는창
문학평론가 유성호가 “우리 농촌의 식민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농촌에 뿌리박은 사람들에 대한 풍부한 서사와 서민적 해학이 가득하다.”고 평한 시집 「그 남자의 손」(2006, 애지)을 나오자마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에 넣었다. 노가다 시인 유용주의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서 시인을 다룬 짧은 평론을 만난데 있었다. 고향인 충남 태안에서 농사를 지으며 전통소금인 ‘자염’을 굽는 시인의 첫 시집은 그만큼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나는 두 번째 시집을 기다리며 틈만 나면 온라인 서적에 들어가 검색창에 시인의 이름을 입력시켰다. 그런데 뜬금없이 시인은 소설집을 펴냈다. 해설도 내 마음대로 젊은 3대 문학평론가로 점찍은 고명철의 - 비정한 삶을 살아내는 힘 - 이었다. 그때 마침 주민자치센터에서 구입용 도서 설문을 받았다. 나는 이 소설집을 강력하게 추천했고, 급하게 책씻이를 하고 리뷰를 긁적이고 있다.
소설집은 네 편의 중·단편 소설이 묶였다. 표제작 ‘복자는 울지 않았다’는 오늘날 농촌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드러냈다. 이 땅의 농촌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경제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투기용 대상에 불과하다. 쌍둥이 엄마 복자네가 사는 수암골에 개발바람이 불면서 20년간 고쳐가며 살아 온 고택을 집주인이 몰래 팔아버렸다. 발등에 떨어진 고난과 시련 앞에서 복자는 민중적 낙천성으로 의연함을 보이며 앞날을 개척해 나갔다. ‘오빠 생각’은 평생 외톨이로 살아 온 오동나무집 미친 순호와 피난민집 딸 도화의 순정한 사랑을 누이의 시선으로 회상한 작품이다. ‘끈’은 화가 출신 아내와 이혼과정을 밟는 주인공이 스물다섯에 홀로 된 청상과부 어머니의 의도된 칠순잔치를 치루면서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다루었고, ‘죄인’은 - 난쟁이, 곰보딱지, 서장환이 각시, 빨갱이 마누라, 개차반 염치술 마누라 - 기구한 팔자의 여인의 독백으로 극악스러울 정도로 모진 이 땅의 현대사(왜정, 해방정국, 한국전쟁, 보도연맹사건 등)가 그려졌다.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의 좌우 이데올로기 소용돌이에서 노동계급 해방의 사회주의자 서장환의 처에서 남편을 죽게 한 개차반 머슴 출신의 여편네로 살아간 한 많은 여인의 인생사가 펼쳐졌다. 굵직한 민중적 서사성이 묵직한 감동을 주는 책읽기였다.
열무김치 / 된장찌개 / 깻잎장아찌 / 나물 무침 / 등물 / 배추묘 / 김장밭 / 늦물고추 / 녹두 / 수수 / 콤바인 / 하늬바람 / 새벽밥
표제작 ‘복자는 울지 않았다’에 나오는 단어들이다. 근래에 잡은 농촌소설 중 으뜸으로 꼽아야겠다. ‘농사도 짓지 않는 사람들이 땅을 얼마나 사랑하기에 입길에 오르며 땅을 사는지 모르겠지만, 땅 파먹고 사는 사람들은 땅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땅은 목숨이기 때문이다. 제 목숨을 사랑한다고 떠벌리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68쪽)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의 애국자(?)들은 땅을 여전히 사랑하기에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이 땅 산하 곳곳을 오늘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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