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어머니 학교 / 아버지 학교
지은이 : 이정록
펴낸곳 : 열림원
어머니 학교 ; 2012년 ; 3부 72편, 황현산 - 어머니의 화엄 시학 ; 사진 19장(어머니 일상) ; 표사 - 전성태(소설가), 정진규(시인)
아버지 학교 ; 2013년 ; 5부 56편, 마지막 한 부 - 산문 3편 ; 사진 1장(의가사 제대 기념) ; 표사 - 신경림(시인), 장사익(국악인)
티브이 잘 나오라고 / 지붕에 삐딱하니 세워논 접시 있지 않냐? / 그것 좀 눕혀놓으면 안 되냐? / 빗물이라도 담고 있으면 / 새들 목도 축이고 좀 좋으냐? / 그리고 누나가 놔준 에어컨 말이다. / 여름 내내 잘금잘금 새던데 / 어디에다 물을 보태줘야 하는지 모르겄다. / 뭐가 그리 슬퍼서 울어쌓는다니? / 남의 집 것도 그런다니?(물 - 어머니학교 12)
밤송이를 털면 땅바닥이 가시밭이 되지. 알밤은 가시밭에서 줍는 거여. 그것도 모르고 고개 쳐들고 눈물 짜는 사이, 누군가가 알밤 다 주워 가지. 남은 밤 몇 톨 주우려고 이 악물어봤자 벌레 즙만 내뱉게 되지. 세상 더럽다고 욕지거리하다가 시든 밤꽃처럼 끝장 보는 거여. 알밤은 고개 푹 숙이고 가시밭에서 얻는 거여.(생의 알밤 - 아버지학교 5)
시인의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시집은 어머니 삶의 지혜와 해학이 넘치게 실렸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지난 시절을 반성하는 마음을 생생한 입말투로 옮겨놓았다. 『어머니학교』는 한평생을 농투성이로 살아오신 어머니의 연세에 맞춤하여 연작시 72편이 묶였고, 『아버지학교』는 돌아가실 때의 연치에 맞추어 연작시 56편과 산문 3편을 함께 엮었다. 『어머니 학교』는 어머니의 일상과 시골 풍경을 담은 사진 19장, 그리고 아들 시인이 그린 캐리커처가 실렸다. 『아버지학교』는 의가사 제대 기념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이 달랑 첫머리에 붙었다.
‘가랑비 맞는 짚불처럼 검은 눈물 들이켜야지. 토닥토닥! 성난 새끼 추스를 때에는,’(61쪽, 「검은 눈물」 中에서) 가장 심금을 울린 시구였다. 가난했던 어머니는 학용품 살돈이 없어 땅바닥을 뒹굴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땡깡을 부리는 막내를 보며 속으로 얼마나 '검은 눈물'을 삼키셨을까. 어머니 병수발을 가면서 륙색에 두 권의 시집을 쟁였다. 어머니 손길이 미치지 못한 텃밭의 오이는 철망에 노각을 주렁주렁 매달았다. 옆집 형수가 강낭콩과 보리 이삭을 갈무리했다. 나는 간신히 수확한 마늘을 햇볕에 며칠 말려, 그물망에 담아 뒷울안 덧처마에 매달았다. 진돌이에게 맨 사료를 개밥그릇에 담아주자 입맛을 잃었는지 먹성이 시원치 않았다.(어머니는 매번 남은 음식물을 휴대용 가스렌지에 끓여 먹였다) 어머니가 걷지를 못하시고 앉은뱅이가 되셨다. 사흘이나 지난 뒤에야 나는 어머니의 고통을 알았다. 어머니의 병명은 척추판협착증이었다. 의사 왈 “아니, 얼마나 아프셨을텐데. 이 지경이 되도록······.” 왈칵 눈물이 솟았다. 나의 무신경에 화가 치솟았다. 병원에 입원하신 지 2주가 지났다. 다행히 수술 결과는 좋았고, 어머니는 걷기 연습을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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