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체 게바라 시집
지은이 : 체 게바라
엮은이 : 이산하
펴낸곳 : 노마드북스
나는 / 이 시간부터 / 내가 갖고 있는 당의 직책과 / 장관직, 사령관 그리고 / 쿠바 시민으로서의 / 모든 권리를 포기합니다
또 다른 곳에서 나의 보잘것없는 힘을 / 요구하고 있어 / 나는 / 내 사랑하는 쿠바를 떠납니다
「카스트로에게」(78쪽)의 전문이다. 체 게바라Che Guevara(1928. 6. 14 ~ 1967. 10. 9)는 잘 알다시피 아르헨티나 출신의 사회주의 혁명가다. 52년 볼리비아 인민운동에 참가 외국 자본의 국유화 반대투쟁. 5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의학대학 졸업 후 친구 카를로스 페레스와 남미 여행. 과테말라에서 독재정치 반대 정치투쟁. 54년 멕시코로 망명. 55년 망명중인 쿠바 출신 사회주의 운동가들과 의기투합. 56년 11월 25일 피델 카스트로를 반군 지도자로 총 82명이 8인승 레저보트 〈그란마〉호를 타고 쿠바 상륙. 정부군의 습격으로 괴멸 상태에 빠져 12명만 살아남음.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에 잠복하여 군재건 도모. 게릴라전에서 인내심과 성실, 상황 분석, 냉정한 판단력으로 반군 2인자가 됨. 59년 1월 8일 수도 아바나에 입성하여 쿠바 혁명 달성. 혁명 후 ‘쿠바의 두뇌’로 국립은행총재, 산업부장관, 통일혁명조직 전국지도부 및 비서국에서 일함.
65년 3월 세계혁명을 꿈꾸며 벨기에령 콩고(현재의 자이레)로 떠남.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였던 콩고에서 문화적·기능적 장벽에 막혀 혁명 실패. 66년 12월 볼리비아 잠입. 67년 10월 미국 CIA의 지도를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포로로 잡혀 총살당함. 94년 체 게바라의 유골 쿠바로 인도 됨. 체 게바라의 게릴라 부대는 53명의 대원으로 다국적군이었다. 현재 쿠바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의료 시설은 의학도 출신 체 게바라의 작품이다. 인구 200명당 1명의 의사수. 서유럽 국가보다 낮은 영유아 사망률. 치료비 전액 무료의 완벽한 의료보장제도는 죽은 체 게바라가 현재를 살아가는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에게 남긴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 책은 60년대 혁명 영웅 체 게바라의 사후 40주년이 되는 2007년에 나왔다. 책을 손에 넣게 된 연원은 엮은이 이산하였다. 틈만 나면 온라인 서적 검색창을 두드리던 어느 날 시인 이산하가 불현듯 떠올랐다. 87년 3월 제주도 4·3사건을 다룬 장편 서사시 「한라산」 필화사건의 주인공. 이름도 생소한 출판사 ‘노마드북스'가 펴낸 시집 두 권이 눈에 띄었다. 앞서 「살아남은 자의 아픔」을 잡았다. 시집은 79 시편과 체 게바라의 사진 6점과 ’체 게바라가 전투한 쿠바지도‘가 속면지에 그려졌다. 시집은 정확하게 말하면 시집이 아니었다. 체 게바라의 글 중에서 섬세하게 빛나는 간결한 구절들을 모아 시집의 형태로 묶은 것이다. 사르트르가 ’100년에 하나 나올까말까 하는 20세기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극찬한 체 게바라. 이 시집은 한 혁명가의 완벽한 단순성이 빚어 낸 위대한 영혼을 보여 주었다.
무릎 끓고 사느니 / 차라리 / 서서 죽겠다!(29쪽, 「인생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