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100% 돈이 세상을 살린다
지은이 : 빌 토튼
옮긴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21C를 살아가는 우리는 왜 갈수록 삶이 고달파지는가. 땀 흘려 일하는 정직성을 천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빌 토튼은 말한다. 정의로운 사회·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 카지노 경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여기서 카지노 경제의 근원은 근대적 통화 시스템이다. 잘못된 금융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다.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 현금보다 수십 배나 많은 금액을 ‘신용창조’라는 이름으로 대부할 수 있는 은행 비즈니스와 각국의 정부가 화폐를 만들지 않고 민간은행에 화폐의 창출을 맡겨놓은 현실이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엔’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달러’를,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원’을 인쇄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창조하는 지폐는 통화공급량의 10%도 안된다. 90%의 통화는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장부에 기재하거나 컴퓨터에 입력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이 돈은 이자를 붙여 상환해야 하므로 이자분(分)만큼 경제가 늘 성장하여야 한다. 저자는 지금 시대의 금융기관을 ‘금융해적’이라 명명했다.
자본주의의 황혼기. 신자유주의 시대. 세계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통화량은 2007년 기준으로 4조5000억 달러. 1년간 거래액은 세계 연간 총생산(GDP) 합계의 27배, 연간 세계무역 총액의 86배다. 세계무역에 필요한 실제 금액은 전체 외환거래액의 1%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99%는 돈놀이, 즉 환차익을 노리는 도박용 거래다. 주식도 같다. 주식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액은 전체 주식 거래액의 1% 미만이다. 주식거래의 99%가 도박판의 판돈인 셈이다.
이런 폐단을 제거하는 유일한 길은 100% 돈이다. 100% 돈은 중앙은행대신 정부 내의 ‘통화위원회’가 지폐를 발행한다. 은행은 예치된 예금과 동일한 액수의 준비금만 갖고 있어야 한다.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은 중지되고, 금고로서의 기능과 고객의 자금결제를 중개하는 역할로 한정된다. 당연히 100% 돈이 도입되면 무리한 경제 성장이 필요 없으며, 국가의 재정파탄을 피할 수 있다.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이유가 부채와 이자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불필요한 물건을 만들이 않아도 되므로 지구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 100% 돈이 경제·생태민주화의 첩경이다.
카지노 경제의 금융 메커니즘은 양극화와 환경파괴, 탐욕과 과소비, 시장 권력과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샴쌍둥이 관계다. 인류가 살아갈 길은 소비욕망을 줄이고 좀 더 소박한 자립적 생활의 추구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다국적 기업의 고객으로 병든 지구에 린치를 가하기보다 저자처럼 젓가락이나 물통을 지니고 다니면서,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고, 육식을 그만두고, 텃밭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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