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
지은이 : 이원규
펴낸곳 : 오픈하우스
벌교장터 국밥집 김행금 할머니, 섬진강변 체육공원 화개면민체육대회, ‘섬지사’가 결성한 《동네밴드》, 곡성 지푸라기 신남균 소 할배, 전주 한옥마을 늦깍이 백발화가 한숙자, 하동 옥종딸기마을, 남해 독일마을.
지리산 기마족 모터사이클 시인, 지리산 빗점골 합수내 폭포 너럭바위(빨치산 총사령관 이현상 최후지), 백화산 작은 암자 만덕사 산초기름 김치볶음밥, 남원 와운마을 천년송, 수경스님의 환계還戒, 땅끝 해남의 시인들 - 김남주·고정희·김태정, 지리산학교, 전업시인이 사는 법.
남해 동천보건진료소 김향숙 소장, 고령 개진 오사이용소 이발사 박영필, 세계 최대 북 천고天鼓를 만든 이석재 장인, 보성공연예술촌 연바람 대표 오성완·배우 이당금 부부, 남원 여대장장이 정길순, 구례 토종씨앗사업단장 심문희, 서산 천수만철새지킴이 김신환 수의사.
‘신촌블루스’ 마지막 여성보컬 강허달림·다문화가정2세 트로트 신동 강언나, 천연기념물 제223호 천태산 영국사 은행나무, 예천 한대마을 말무덤言塚, 구례 섬진강 강둑길, 순천 중앙시장 애꾸눈 구두수선공 황충식 할아버지, 여주 남한강변 홍일선 시인, 낙동강·한강 발원지 황지연못·검룡소, 풀 한포기 없는 사막의 강 낙동강.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 외딴집에 사는 시인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만난 이 땅의 산하와 사람들이다. 시인의 말에 따르면 “낮은 자리, 젖은 자리에서도 정직한 희망과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16쪽)로 “세상은 비로소 살 만한 곳”(314쪽)이 되었다. 시인은 18년 전 서울 기자생활을 때려치우고, 지리산 빈 토굴로 찾아들었다. 그리고 사흘 내내 잠만 잤다. 통과의례였으리라. 시인은 땅 한 평, 집 한 채 없다. 처음 내려왔을 때는 2만원으로 한 달을 버텼다. 한 달 생활비가 20만원으로 당연히 생활신조는 ‘돈 벌지 말자’ 였다. 가난한 시인의 재산 1호는 모터사이클이다.
두 장의 사진이 아프게 눈을 찔렀다. 구멍 난 양말. 낙동강과 지리산 도보순례,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1년간 만리 길을 걸은 탁발순례, 4대강 103일 도보순례, 지리산 노고단에서 임진각까지 오체투지. 목숨 건 순례로 10년을 길에서 지새운 수경스님의 양말이었다. 달마산 미황사 아래 골목길 끝집. 김태정 시인은 등단한 지 13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이 땅에 태어나 가장 죄를 적게 짓고 사는 시인은 홀로 외딴 농가에서 골수까지 번진 암과 싸우고 있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시인은 본문에 등장하는 몇 사람의 소식을 전했다. 표지 그림의 시인 왼손에 앉은 새는 밀렵꾼 총탄에 한쪽 날개를 잃은 말똥가리 ‘천’이다. 시인과 동고동락했던 ‘천’은 마침내 야생의 세계로 돌아갔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무참해 환계還戒한 수경스님을 시인은 1년 만에 만났다. 스님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산중처사로 독거생활을 하고 계셨다. 김태정 시인은 안타깝게 2011년 9월 지병으로 작고했다. 요즘 나의 손에 들린 시집은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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