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자본론 공부

대빈창 2016. 3. 2. 01:43

 

 

책이름 : 자본론 공부

지은이 : 김수행

펴낸곳 : 돌베개

 

신영복 선생의 『담론』를 책씻이한 후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2015년 8월 25일 초판 출간된 김수행 선생의 『자본론 공부』였다. 지난해 8월 1일 향년 73세로 타계한 선생의 마지막 책이었다. 신영복 선생은 추모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석학을 잃었지만 그가 번역한 책이나 쓴 글이 세상에 많이 남아 있어 좀 덜 슬프다.” 다행히 선생은 한국 최초로 완역한 『자본론』의 제2판을 작년에 내었다. 역자 서문에서 선생은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부자의 정치로 막다른 골목으로 휩쓸리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걱정했다.

이 책은 한국 최고의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선생이 강의한 『자본론』 특강이다. 방대한 분량의 『자본론』 1 ~ 3권을 일반 독자를 위해 아주 쉽게 설명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책은 산업자본· 자본주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사회의 잉태. 자본의 생산·유통과정.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 과정을 도표와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풀었다. 더구나 이 땅의 현실과 광란의 신자유주의로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현실 상황을 눈앞에 펼쳐 독자들은 난공불락(?)의 『자본론』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자상한 안내서 역할에 충실했다.

책날개의 저자 이력을 한참 눈여겨보았다. 선생은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귀국하여 고교까지 대구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한 가지 짚이는 점이 있었다. 선생은 『자본론』= 빨갱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이 땅에서 왜 고난의 가시밭길이 훤하게 보이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선택했을까. 해방 정국의 대구는 ‘조선의 모스크바’로 불릴만큼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이 왕성했다. 1946년 10. 1 민중시위사건도 대구의 조선공산당이 주도했다. 여담이지만 사건의 핵심 주동자로 경찰에 의해 사살된 박상희는 독재자 박정희의 친형이었다. 선생의 어린 시절은 혹독하게 가난했다. 중학을 졸업하고 연식정구 특기생으로 대구상고에 진학했다. 큰 누나의 도움과 대구상고의 학비 보조로 어렵게 서울대 경제학과를 마쳤다.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중정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서울대에서 쫓겨났다. 외환은행 런던지점에 근무하며 학구열이 다시 불타 올라 런던대학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의 학창시절 『자본론』은 금서였다. 공단으로 향하는 나의 손에 들린 책은 〈이론과 실천〉사에서 나온 미색 표지의 단행본 『자본론』이었다. 책은 그 시절 안산에서 구로로 적을 옮기면서 안산노동자문학회준비모임에 기증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명으로 번역한 이는 강신준이었다. 솔직히 『자본론』의 난해함은 난공불락(?) 이었다. 러시아혁명기 레닌의 지도를 받는 노동운동가들은 자본론을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고 한다. 나는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자본론』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건성으로 책갈피를 넘겼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선생의 말이 귓전에 한참 머물렀다.

“자본주의 사회가 영구불멸하리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현실 사회주의’ 사회의 몰락을 보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류 역사는 끝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은, 지금과 같은 세계적 대불황에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비참하게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나쁜’ 사람일 뿐입니다. 세상은 계속 변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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