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산이 좋아 山에 사네

대빈창 2016. 4. 4. 07:00

 

 

책이름 : 산이 좋아 山에 사네

지은이 : 박원식

펴낸곳 : 창해

 

책은 2009년 5월 초판을 내고, 그동안 품절 상태였다. 그동안 나는 책을 가트에 서너 번 넣었다가 되 물렸다. 이제야 온라인 중고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고 급히 책씻이를 했다. 나는 책 욕심이 많다. 책장에 펼치지 않은 단행본이 수십 권이다. 좋지 않은 일은 떼로 달겨든다. 우환이 겹쳤다. 쉽게 잡을 수 있는 책을 찾았다. 다행이다. 잘 골랐다. 자연주의 에세이스트라 불리는 저자의 글 솜씨가 탁월하다. 문장이 매혹적이다. 그렇다. 이철수의 판화에세이 『이철수의 웃는 마음』의 인터뷰어로 책을 엮었다. 나는 이 책을 화가 정상명을 통해 알았다. 큰딸 초영의 죽음을 가장 올바르게 승화시킨 어머니. 딸의 이름을 딴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창립하고 쉰 살의 나이게 환경운동에 뛰어 든 여인. 화가가 터 잡은 춘천 산중의 툇골 자두나무집은 딸이 영원히 잠든 곳이다. 화가의 그림산문집 『꽃짐』을 잡고, 허한 구석을 달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만난 책이었다.

 

농부 - 김광화, 전희식 / 소설가 - 김도연, 표성흠, 한승원, 김성동, 이외수 / 시인 - 박남준, 유승도, 도종환, 이원규 / 화가 - 정상명, 김만근 / 목공예인 - 김용회 / 재각지기 - 이우원 / 소리꾼 - 권재은 / 목수 - 김길수, 임의진 / 기천문 문주 - 박사규 / 다올 무예 - 청산스님 / 목각 - 성각스님 / 한지장인 - 이종국 / 서예가 - 정현식 / 서당강사 - 한원학 / 민박 운영 - 이하영 / 그 외 - 김만희, 이대우, 김종수

 

산이 좋아 산에 사는 28명의 사람들이다. 술독에 빠져 건성으로 흘려보낸 학장시절이었지만 시인과 소설가가 낯익었다. 자칭 얼치기 생태주의자인 나에게 농부 두 분이 반가웠다. 〈간디학교〉를 설립한 김광화, 치매와 고관절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남덕유산으로 들어 간 『똥꽃』의 전희식. 무당이 버리고 떠난 모악산 폐가의 시인 박남준은 지인들에 의해 강제로 지리산 악양으로 옮겨졌고, 유승도는 세상과의 불화로 영월 망경대산에 자발적 망명을 왔고, 도종환은 현대 의술이 포기한 병든 몸을 치료하려 보은 깊은 산중에 머물고, 이원규는 자본주의 속성이 맞질 않아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소설가 김도연은 도시 정착에 실패하여 패잔병으로 평창 오대산 고향집을 찾아 들었고, 표성흠은 어머니를 모시려 고향 거창 금귀봉에 살터를 꾸렸고, 한승원은 고향 장흥 〈해산토굴〉에 칩거하며 글쓰기에 전력하고, 김성동은 갈 데가 산 밖에 없어 양평 용문산에 눌러 앉고, 이외수는 화천 감성마을에 초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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