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변두리

대빈창 2016. 3. 25. 03:25

 

 

책이름 : 변두리

지은이 : 유은실

펴낸곳 : 문학동네

 

제1회 : 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2010년, 소설집)

제2회 : 똥 찾아가세요 - 권오삼(2011년, 동시집)

제3회 : 천재토끼 차상문 - 김남일(2012년, 장편소설)

제4회 : 부슬비 내리던 장날 - 안학수(2013년, 동시집)

제5회 : 불온한 응시 - 이재웅(2014년, 소설집)

 

2015년 제6회 권정생창작기금 수혜작은 아동문학이 받을 차례였다. 나는 당연히 동시집이 수상할 줄 알았다. 이것도 관성의 법칙(?)일까. 작가는 생소했다. 그런데 수상작은 뜻밖에 청소년장편소설이었다. 그렇다면 올해 제7회 수상작은 시집에게 돌아갈지 모르겠다. 표지그림이 산뜻하다.

상단에 길게 아홉 채의 집이 횡대로 늘어섰다. 가장 왼편의 집은 십자가로 보아 교회였다. 용비동교회일 것이다. 네그루의 키 큰 나무가 집 주위에 서있다. 하늘에 비행기 한 대가 떠가고, 넓은 공터에 도살장으로 향하는 소 세 마리를 짐칸에 실은 트럭과 주인공 남매를 태운 소달구지, 그리고 아기를 등에 업은 아낙네와 머리에 짐을 인 아주머니가 손짓을 섞어가며 얘기를 나누었다. 또 다른 애를 업은 할머니가 그쪽으로 다가서고, 망태를 이고 집게를 든 사내 근처 새 두마리가 바닥의 모이를 쪼았다. 중앙 좌변 네 채의 집 옆 푸른 잎 키 큰 나무가 싱그럽다. 탁자의 두 사내는 도가니에 담긴 음식을 숟가락으로 입게 가져갔다. 분명 선짓국이 틀림없다. 소주도 곁들였다. 지붕 낮은 집 앞의 사내는 허리에 손을 얹고 정면을 주시하고 있다. 머리에 짐을 인 아낙네가 걸어 내려오고, 보퉁이를 인 아줌마가 어딘가 바쁘게 걸음을 재촉했다. 하단 우변 네 채의 집과 키 큰 나무. 할아버지 두 분이 장기를 두고 자전거를 탄 순경, 보퉁이를 인 할머니와 손가방을 든 할머니가 노상에서 얘기를 나누었다. 지팡이를 쥔 꼬부랑 할머니(밤벌레 할머니가 분명하다). 물지게를 진 사내, 리어카에 연탄을 가득 싣고 끌고 미는 부부를 반색하며 달려드는 검둥이. 밀짚모자를 쓴 아저씨와 주전자를 든 아주머니가 서로 아는체를 하고, 보퉁이를 머리에 인 여인의 걸음이 바빴다. 슬라브 옥상의 빨래 너는 아줌마, 볏을 세운 수탉과 네 명의 아이가 어딘가를 향해 뛰어갔다. 둿 표지그림은 야트막한 산이 연이어지고 앞으로 맑고 수량 많은 개천이 흘렀다. 천변길에 소를 끌고 가는 아저씨와 개를 앞세우고 남매가 신나게 뛰어놀고 나무 세 그루와 키작은 꽃들이 앙증맞다. 개천을 가로지른 다리는 나무다리였다. 분명 술주정뱅이 아빠가 낙상한 개울일 것이다.

표지그림은 가난하여 남루하지만 활기가 넘치는 공동체를 담았다.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중반 도축장과 부산물을 파는 시장일이 주업인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 변두리 황룡동이다. ‘엄마의 고함, 아빠의 술주정, 낡은 부엌살림, 선짓국 끓이는 냄새, 화장실에 가는 것 ······. 담 없는 이 집에선 숨길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56 ~ 57쪽) 앞표지 작가 이력은 간단했다. - 1974년생. 서울 변두리에서 자랐다. - 나는 작가의 자전적 체험소설로 읽었다. 변두리를 향한 작가의 시선이 애틋했다. 너무 척박하여 절망적으로 보이는 비극적인 삶을 서로 의지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려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너다  (0) 2016.04.01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0) 2016.03.28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0) 2016.03.23
노동의 새벽  (0) 2016.03.15
두번의 자화상  (0) 201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