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3

고라니, 길을 잃다.

고라니는 소목 사슴과에 속하고, 노루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체가 작습니다. 암수 모두 뿔이 없으나 수컷은 송곳니가 튀어나와 구분된다고 합니다. 녀석들은 뜀뛰기 선수로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쏜살같이 내달려 실제 수컷인지 암컷인지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고라니의 검은 눈망울은 금방 눈물을 쏟아 낼 것처럼 슬프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의 담갈색 털은 억세기 그지없습니다. 고라니는 초식동물로 연한 나뭇잎과 새순을 탐합니다. 푸른잎이 귀한 겨울철은 풀·나무뿌리와 여린 나뭇가지로 연명합니다. 어느 해 눈이 많았던 겨울, 녀석들은 울타리로 둘러진 사철나무 잎을 뜯어 먹었습니다. 신경통·관절염에 고라니 뼈가 직통이라는 민간요법에 전해오는 속설로 녀석들은 줄곧 수난을 당했습니다.뜬금없이 물 빠진 갯벌 한 가운데 고라..

김준의 갯벌 이야기

책이름 : 김준의 갯벌 이야기 지은이 : 김준 펴낸곳 : 이후 이 책은 ‘갯벌문화보고서’면서 ‘갯벌백과사전’으로 모두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갯벌, 생명, 그리고 문화는 갯벌의 형성과 생태계적 소중함을. 2부 갯벌에서 만나는 진수성찬은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봄 - 숭어회와 어란, 알 밴 쭈꾸미, 신안 병어, 영광 칠산 바다 조기, 강화도 밴댕이, 바지락, 주문진 문어. 여름 - 임자도 타리민어, 보양식 짱뚱이, 제주 자리돔. 가을 - 전어, 망둑어, 세발낙지. 겨울 - 흑산 홍어, 남해도 지족해협 개불, 계화도 백합죽, 벌교 꼬막, 장흥 매생이, 굴. 3부는 갯벌에 기댄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4부 칠게, 두발을 들다는 사라져가는 갯벌의 안타까운 현실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5부..

한국의 늪

책이름 : 한국의 늪지은이 : 강병국찍은이 : 최종수펴낸곳 : 지성사 4부자는 기대 반 설레임 반에 달뜬 마음으로 들녘으로 향했다. 수확을 눈앞에 둔 황금 벌판이 출렁거렸다. 며칠 전에는 논물을 말리면서 민물새우를 몇 가마니나 잡았다. 고된 낫질을 기다리는 벼베기에 앞서 조금이라도 힘을 덜 들이기 위해서는 논바닥이 쩍쩍 금이 갈 정도로 말라야했다. 모기장 그물을 대고 물꼬를 텄다. 까만 토하들이 새까맣게 탁탁 튀어 올랐다. 민물새우는 어머니 손을 거치면 밥도둑인 토하젓이 될 것이다. 말린 새우는 겨우내 찌게를 끌이거나 양념에 버무려 밑반찬으로 먹었다. 여기저기 논마다 수렁에서는 김을 뿜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서늘해 진 것이다. 한강도 마른다는 갈수기이지만 수렁은 겨울 내내 물안개를 피워 올렸다.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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