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김준의 갯벌 이야기
지은이 : 김준
펴낸곳 : 이후
이 책은 ‘갯벌문화보고서’면서 ‘갯벌백과사전’으로 모두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갯벌, 생명, 그리고 문화는 갯벌의 형성과 생태계적 소중함을. 2부 갯벌에서 만나는 진수성찬은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봄 - 숭어회와 어란, 알 밴 쭈꾸미, 신안 병어, 영광 칠산 바다 조기, 강화도 밴댕이, 바지락, 주문진 문어.
여름 - 임자도 타리민어, 보양식 짱뚱이, 제주 자리돔.
가을 - 전어, 망둑어, 세발낙지.
겨울 - 흑산 홍어, 남해도 지족해협 개불, 계화도 백합죽, 벌교 꼬막, 장흥 매생이, 굴.
3부는 갯벌에 기댄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4부 칠게, 두발을 들다는 사라져가는 갯벌의 안타까운 현실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5부 뻘과 사람은
합판 쪼가리에 대충그린 설계도 하나로 배를 뚝딱 지어내는 배 짓는 대목장 선재도 손정종.
젊은 시절 도박으로 집안을 말아먹었던 무안 갯벌 낙지잡이 정순환.
염전 일로 두 형을 먼저 떠난 보내고 토판염으로 소금에 승부를 건 상태도 ‘미친 놈’ 박성춘.
외땀 섬 우이도에서 섬 생활을 즐기는 박화진·한영단 부부.
뭍으로 변한 시화호에서 여전히 갯벌을 꿈꾸는 어도 농부 조기진.
서산 간척으로 바다고기 씨가 마르자 바지락 어장을 꾸려 마을을 살린 안면도 황도 홍길용.
새만금의 백합과 삶을 함께한 갯벌 세 여인 이순덕· 故 류기화·추귀례.
제주바다에 돌담을 쌓고 멸치를 기다리는 원담지기 이방익씨의 짧은 평전이다.
나는 사시사철 갯벌을 눈앞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물이 빠지면 창문 앞으로 석모도까지 갯벌이 열리는 마술이 하루 두 번 펼쳐졌다. 그러기에 나는 책갈피를 넘기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안에서는 큰 것은 숭어, 작은 것은 눈부럽떼기라고 한다.(54쪽)’ 주문도에서 숭어는 크기별로 다르게 부른다. 새끼는 겨울에는 동아, 여름에는 모제로 불리며, 중간치는 저푸리 그리고 다 큰 것이 숭어다. 남도의 숭어는 강화도에서 ‘원지’라 불리는 가숭어다. 등거죽이 꺼멓고 기름기가 많다. 주문도는 숭어는 회로, 원지는 소금을 간해 말려 밥반찬으로 먹는다. ‘물이 빠지는 밤이면 망둑어들은 물이 고인 웅덩이에 드러 눕는다. 숫제 작은 갯골에는 물 반, 망둑어 반이란다.(109쪽)’ 바다에서 가장 흔한 물고기가 흔히 망둥이로 불리는 망둑어다. 소금으로 간해 말린 망둥이의 짭쪼름한 맛은 맥주 안주로 일품이다. ‘전라도에서는 백합을 생합이라 부르며 회로 먹는다.(126쪽)’ 주문도에서 백합은 상합, 대합으로도 불린다. 섬사람들은 밤새 갈바람이 불면, 날이 새고 물이 빠지자마자 모두 바다로 나간다. 물결을 타고 떠내려온 상합이 갯벌의 물웅덩이마다 가득하다. 주민들은 흔히 ‘웅덩이 상합’이라 부른다. 혼자 100kg까지 상합을 잘래기에 담았다. ‘계화도 사람들은 냉장시설이 변변치 못할 때 백합자루를 문지방에 놓고 오가며 지그시 밟아 주었다고 한다.(128쪽)’ 그렇다. 백합은 입만 벌리지 않으면 오래 산다. 섬 주민들은 백합을 절대 냉장고에 넣지 않는다. 그물망에 담아 바람 통하는 시원한 그늘에 무거운 돌로 지질러 놓으면 백합은 일주일도 끄떡없다.
‘내가 어제 3시쯤에 오는데 논에 도요새가 한 논에 다 앉을 것이여. 바닷가에 먹을 게 없어서 니가 논에 앉아 있구나. 아이고 이 도요새 오기는 왔구나. 아이고 신작로 도로 옆 논에 앉아 있구나. 결국 논으로 왔구나. 논에도 먹을 게 없으면 빨리 다른 데로 날라가야 할 텐데. 엄청 날아왔드랑께.(382쪽)’ 새만금 사업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계화도 생합잡이 세 여성 중 이순덕 씨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계화도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눈물겨운 풍경이다. 나이 먹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생합잡이다. 새만금 갯벌을 잃은 그는 방송에서 봤던 볼음도로 이사와 생합을 잡으며 살고 싶어 했다. 볼음도는 내가 사는 주문도와 이웃한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