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똥 찾아가세요

대빈창 2013. 8. 7. 03:07

 

 

책이름 : 똥 찾아가세요

지은이 : 권오삼

그린이 : 오정택

펴낸곳 : 문학동네어린이

 

제1회(2010년) 이시백 - 누가 말을 죽였을까

제2회(2011년) 권오삼 - 똥 찾아가세요

제3회(2012년) 김남일 - 천재토끼 차상문

제4회(2013년) 안학수 - 부슬비 내리던 장날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서 선정한 권정생 창작기금 수혜작들이다. 일반문학과 아동문학이 격년제로 수여되었다. 내 책장에는 그동안 친구시인 함민복의 ‘바닷물 에고, 짜다’가 유일하게 동시집으로 꽂혀 있었다. 시집을 가까이 한지가 고작 두 해다. 그러니 동시집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故 권정생 선생에 대한 추모의 정을 가지면서 수상작들을 손에 넣었다. 적어도 2년마다 아동문학을 손에 잡게 되었다. 제2회 권정생 창작기금 화보를 연다. 동시인은 백발이 성성하신 할아버지셨다. 꼬부랑 할아버지가 다되신 시인은 3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시라는 한 우물만 파셨다. 수상작은 시인의 일곱 번째 동시집이었다. 동시집에는 4부에 나뉘어 동시 60편과 문학평론가 김상욱의 해설 ‘존재하는 모든 것에 공감하는 동시인’이 말미를 장식했다.

 

누가 승강기 안에다 똥을 눴다

똥 덩어리가 내 주먹보다 더 컸다

경비실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경비 아저씨가 똥을 치웠는지

나중에 보니 똥은 보이지 않고 대신에

승강기 안 게시판에 쪽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 경비실에서 알립니다 -

오늘 어느 분이 승강기 안에다 누렇게 잘 익은 똥 한 덩어리를 빠뜨리고 그냥 내리셨는데, 경비실에서 잘 보관하고 있으니 주인 되는 분은 꼭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다음 날 궁금해서 물어보니 똥 찾으러 온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자기 똥은 자기 뱃속에 잘 간직하고 있다가 버릴 때가 되면

화장실 변기통에다 버려야 그게 바른생활 사람이다

 

표제작 ‘똥 찾아가세요(72 ~ 73쪽)’의 전문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승강기 안에다 똥을 눴을까. 나는 오히려 똥을 눈 주인공이 안쓰럽다. 현대 문명의 첨단이라는 도시생활은 똥도 마음대로 눌 수 없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도시의 화장실은 모두 수세식이라는데 있다. 수세식이 깨끗하고 위생적이라는 생각은 진실과는 정 반대다. 자기 집 화장실 내부만 번쩍일 뿐 생물체가 살아가는 유일한 별 지구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수세식은 분뇨량의 50배 이상의 물을 소비한다. 더군다나 정화된 물이 아닌 물 탄 똥물을 지구에 버린다. 문명생활은 낭비와 오염 없이 불가능하다. 나는 김포 신도시 생활을 버리고 서해의 외딴 작은 섬 주문도에 터를 잡으면서 분뇨 오염이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의 뒷간은 전통 재래식도 아닌 자연뒷간이다. 일을 보려면 아침부터 산행을 한다. 나만의 비밀 뒷간에 쭈그리고 앉아 산중의 사시사철 변화하는 생태를 감상하며 일을 본다. 나의 배설물은 쇠똥구리가 알아서 자연으로 되돌렸다. 날이 차지면 바람과 햇볕과 공기에 풍화되어 겨울을 났다. 그리고 봄이 익어 갈 무렵 쇠똥구리가 하나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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