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밥과 장미
지은이 : 오도엽
펴낸곳 : 삶이 보이는 창
쌍용자동차, 동우화인켐, 한국주택금융공사, 경남제약 레모나, 자티전자, 명지대학교 행정조교, 강남성모병원 간호보조사, 레이크사이드CC 캐디, 한솔교육 학습지 교사, 형지어패럴, 어린이집 보육교사, 건설노동자, 극동컨테이너 화물노동자, 엘카 코리아 백화점 판매직원, 성신여자대학교 청소 용역, 송파구청 주차관리원, 콜텍, 테트라펙, 로케트 전기, 시화공단 건화, 망향휴게소, 기륭전자.
이 책에 나오는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860만의 비정규직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도급·하청·용역·파견·외주, 구분하기도 힘든 이름으로 불리는 비정규직들은 내구연한 2년 부품처럼 대우받고 있다. 이 땅에서 자기 권리를 찾아 싸우는 노동자는 국민 취급도 못 받았다. 사업주와 한 패인 ‘민중의 지팡이(?)’ 경찰은 도로교통법, 도로법으로 농성 천막의 노동자들을 불법 연행했다.
나는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차별받고 학대 당하는 살풍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절망으로 분노에 휩싸였다. 이 책은 저자가 4년여에 걸쳐 노동현장의 사람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르포집이다. 표제는 노동자의 생계를 위한 권리인 ‘밥’과 인간으로 존중받을 권리인 ‘장미’로 삼았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자랑하는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이 땅의 노동자들은 중세 마녀사냥에 못지않은 노동탄압에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민주정권이 10년간 들어섰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그것은 민주화란 다름 아닌 자본화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시장 점유율이 40%, 은행은 60%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에서 헝가리, 멕시코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투자에 대한 무한정 개방은 투기 자본의 횡포에 노동자들이 보호될 장치가 없다(238쪽)‘는 것을 뜻했다.
경제가 잘 나갈 때 이윤은 기업주의 호주머니로 전부 들어갔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는 기업을 살린다고 갖은 특혜를 주며 ‘고통분담’을 떠들어댔다. 이 땅에서 어려운 경제는 무조건 노동자의 책임으로 정리해고가 만병통치약이다. 해고는 노동자에게 사형에 다름 아니다. ‘경영진의 교체 및 경영 방침 개선, 배치전환, 신규채용 금지, 근로시간 단축, 임원수당 삭감, 순환휴직(129쪽)’과 같은 해고를 막기 위한 기업주의 노력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정리해고에 대한 농성은 대한민국에서 국가를 전복시키는 불순세력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는 독일 신학자 마틴 니묄러 목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당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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