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대빈창 2013. 7. 29. 04:11

 

 

 

책이름 : 체르노빌의 목소리

지은이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옮긴이 : 김은혜

펴낸곳 : 새잎

 

새도 한 마리 없었고 모든 것이 잠잠했다. 새 없는 땅은 그때 처음 봤다. 모기도, 아무것도 날아다니지 않았다. 핵에너지 연구소에 의뢰된 모든 검사물은 한마디로 방사성 폐기물이었다. 아이들이 모래를 갖고 놀고, 물웅덩이에서 장난감 배를 띄우고 놀았다. 수유하는 젊은 엄마의 모유도 방사성이었다. 산모가 정신을 차리고 아기의 몸을 만져본다. 손가락을 센다. 발가락을 센다. 집으로 돌아와 조르는 막내아들에게 군모를 줬소. 아들은 절대 벗지 않고 쓰고 다녔소. 2년 후 아들은 뇌종양 진단을 받았소.

심리학자, 마을 주민, 군인, 경찰관, 해체작업자, 방사선 선량기사, 운전병, 헬기 조종사, 언어학 교사, 가정실습 교사, 기자, 「체르노빌 어린이에게」대표, 농업학 박사, 「시트 체르노빌류」 부대표, 해체작업자 아내, 산파, 소아과 전문의, 방사선 전문의, 이주민, 수문기상학자, 화학 엔지니어, 핵에너지 연구소 소장·실험실 실장·선임 연구원, 환경보호감독, 역사학자, 사진작가, 연출가, 당 지역위원회 일등서기관, 무명씨 등. 저자는 무려 10여년에 걸쳐 체르노빌레츠 - 체르노빌 사람들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1986년 4월 26일 1시 23분 58초.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체르노빌 원전 4호기의 폭발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의 100배 이상의 방사능을 유출했다. 원전 폭발로 인한 사망자는 150만명이었다. 하지만 참상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원전이 없는 벨라루스는 전 국토의 23%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오염지역 거주민은 210만명, 이중 어린이가 약 70만명이었다. 방사선의 영향은 1993년 한 해동안 벨라루스에서 여성들이 임신중절 수술을 20만번 이상했다. 5년후 어린이 갑상선암 발생이 30배 증가했다. 선천성 기형, 정신질환, 소아당뇨가 엄청 늘었고, 10년후 벨라루스인의 평균 수명은 55세로 줄어 들었다. 오염 지역의 거대한 지층을 두루마리처럼 땅에 묻었다. 485개 마을 중 85개를 매장했다. 방사선은 빛도 색깔도 형태도 없었다.

체르노빌은 인류의 미래였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2년이 지난 현재 3호기가 또다시 방사선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원자력 공포는 국경이 필요 없다. 오늘날 세계는 30개국에서 443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미국 104기, 프랑스 58기, 일본 55기, 러시아 31기, 한국 23기다. 부산을 포함한 한반도 남동 원전벨트는 밀집도에서 세계 1위다. 수명을 넘기고도 35년째 계속 운행 중인 고리 원전의 반경 30㎞ 이내 거주민은 무려 343만명이다. 후쿠시마는 고작 16만명이었다. 부패공화국 대한민국은 비리를 통해 원전 부품도 10년 동안 짝퉁을 사용했다.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이렇게 말했다. “원전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가 된 사례는 다른 나라에도 많지만, 한국처럼 비리가 발생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세계 무역대국 10위 대한민국은 ‘원전 르네상스(?)’를 외치며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꿈에 들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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