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사무원
지은이 : 김기택
펴낸곳 : 창비
어이, 신문―
외팔에 신문뭉치를 들고 껑충껑충
외다리 사내가 뛰어간다.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불안하고 빠른 뜀박질을 쳐다본다.
외다리에 튼튼한 대칭축을 박고
외다리를 박차며 달리는
허리와 엉덩이.
외팔의 대각선에서 팔처럼 움직이는
머리와 모가지.
기울어질 듯 바로 서는 몸.
쓰러질 듯 일어서 힘이 붙는 속도.
헉헉거리는 신문을 하얀 손이 집어간다.
동전 하나가 땀에 젖은 손바닥에 떨어진다.
어이, 신문―
다시 흔들리는 외팔, 껑충껑충 뛰는 외다리.
땀흘리며 쫒아가는 비대칭의 균형.
「대칭 2」(69쪽)의 전문으로 부제는 ‘최민식 사진 『인간』'이다. 시편을 읽어 나가다 나는 여기서 숨을 헉! 들이키며 책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검은 표지의 최민식 사진집 『HUMAN』이 비닐포장된 채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평생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만 찍었던 휴머니스트 사진작가 최민식 선생은 지난 2월 12일 평등한 하늘나라로 가셨다. 세상을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칠 때 사진집을 펼쳐야겠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토종작물자원도감 (0) | 2013.07.31 |
---|---|
체르노빌의 목소리 (0) | 2013.07.29 |
숲의 왕 (0) | 2013.07.24 |
한국의 전통생태학 2 (0) | 2013.07.22 |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0) | 2013.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