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국의 전통생태학 2

대빈창 2013. 7. 22. 06:05

 

 

책이름 : 한국의 전통생태학 2

엮은이 : 이도원외

펴낸곳 : 사이언스북스

 

표지 그림이 낯익다.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현대 동양화가 이호신의 작품 「소나무 만다라」다. 승천하는 용이 뒤채는 것처럼 소나무들이 卍字를 그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안개에 잠긴 경주 계림의 뒤틀린 소나무들의 군무 같기도 하다. 화가 이호신은 1권에서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통한 선인들의 생태계와 미의식을 조명했다. 책 장정에 많은 애정을 기울였다. 책술이 얼룩덜룩하다. 가물치 거죽의 문양은 표지의 거북등 같은 소나무 껍질 무늬였다.

이 책은 3부 15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생명의 산 마을의 숲’에서 함양 상림, 담양 관방제림, 밀양 긴늪숲, 울산 태화강 죽림, 진주 남대천 관죽전 등 한국 전통의 수변 인공림의 생태학적 고찰과 2부. ‘바람과 물과 삶’에서는 풍수 금기와 마을 숲, 주택의 뒤란과 마당, 담장, 조선시대의 금산제도 등에 담긴 생태 지혜를 3부. ‘울타리 안의 전통 생태’는 강원 고성 왕곡마을, 전남 승주 낙안읍성, 경북 경주 양동마을, 창덕궁 후원, 충남 논산 윤증고택의 전통 건축의 생태학적 가치를 다루었다.

연기비보(延基裨補)란 ‘풍수적인 특정 장소에 궁궐을 축조하고 왕이 직접 일정기간 머물거나 혹은 의대(衣帶)를 두어 국운 혹은 기업(基業)의 연장을 꾀하는 비보책(199쪽)’을 말한다. 연기 비보는 고려 시대 비보의 특징으로서 강도(江都)시대(1232 ~ 1270년)에 전형적으로 나타났다. 고종은 강화천도 후 46년(1258년)에 두 개의 가궐(삼랑성, 신리동)과 이궁(흥왕리)를 조성했다. 그리고 강화도에는 조산(造山 - 인공적으로 쌓아 만든 산)의 흔적으로 지명에 알미골과 조산벌이 남았다. ‘알미’는 알처럼 생긴 산으로 현재 강화읍내의 유명한 갈비집 상호이며, 조산리는 양도면의 행정구역 이름이다.

충북 괴산 우암 송시열의 묘가 터 잡은 명당은 장군대좌형이라 한다. 명당이 발복하려면 병졸이 있어야만 했다. 후손 송종수는 우암의 묘를 수원에서 이장하면서 300냥을 기부하여 묘 앞에 시장을 개설했다. 바로 청천시장이다. 장사꾼들과 장 보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집안의 자손이 번창했다고 한다.

충남 논산 노성의 윤증 고택은 굴뚝이 낮다. 존경받는 성리학자로서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주변에 자칫 이질감을 줄 수 있다는 속 깊은 배려였다. 고택의 마당에 나무 한 그루 심지 않았다. 맨 땅의 나무가 없는 마당보다 뒤란의 기온은 1 ~ 2도가 낮았다. 이에 한낮의 마당은 상승기류가 형성되었고, 뒤란의 시원한 공기가 대청으로 이동한다. 시한폭탄 같은 핵발전소가 일으킨 전기로 냉방과 난방을 하며 콘크리트숲 아파트와 사무실에서 여름에는 긴팔로, 겨울에는 반팔로 지내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