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숲의 왕

대빈창 2013. 7. 24. 08:23

 

 

 

책이름 : 숲의 왕

지은이 : 김영래

펴낸곳 : 문학동네

 

「내셔널 트러스트」, 환경단체 ‘늘푸른 사람들’, 강원중부환경연대. 생태운동 행사 ‘숲과 사람들’과 ‘숲을 위한 위령제’, 시민모금땅사기운동. 본명 테오도르 카진스키 ‘ 유너바머’의 반문명 폭탄테러. 환경테러단체 ‘지구해방전선’과 ‘태평양인민전선’. 식물의 일대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위대한 여행’, 헬레나 노르베지 호지의 「오래된 미래」, 스페인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플라테로와 나」,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 파울첼란의 「양귀비와 망각」,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소설을 읽어나가다 긁적거린 메모다. 신화 및 생태와 관련된 책과 지은이. 그리고 환경운동 단체다. 실재와 소설적 허구가 뒤섞였다. 한국내셔널트러스는 시민 모금이나 기부금 등으로 보존가치가 큰 자연·문화유산을 사들여 보전하는 시민환경운동단체다. 1998년 5월 ‘시민자연유산 제1호’로 강화도 길상 초지의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전 대상지로 선정했다. ‘플라테로’는 ‘숲의 형제단’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소설 속 당나귀의 이름이다. 나는 히메네스의 산문시집 ‘플라테로와 나’를 시장바구니에 넣었다. 소설 제목 ‘숲의 왕’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의 두 번 째 장(章)에서 가져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오지 사막지대의 원주민은 ‘무탄트’라 불렀다. ‘돌연변이’로 유전자나 염색체 변이로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변종을 말한다. 사모아 섬 원주민은 ‘빠빠라기’로 ‘하늘을 찢고 나타난 사람’, 멕시코 아즈텍족은 ‘아모이크니클리’로 ‘우리 형제이기를 거부하는 형제들’이라는 뜻이다. 모두 백인과 현대문명인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 말은 백인 뿐 아니라 상품경제에 휩쓸린 산업문명에 매몰된 모든 호모 사피엔스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이 땅 사람들처럼 그들은 ‘전 국토의 도로화, 전 국토의 유원지화, 전 국토의 산업기지화’라는 3대 강령에 미쳐 모든 산과 들과 강과 바다를 도륙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2000년 제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 변이 가상했다. “학교가 인간성을 말살하고 젊음의 창의력을 도태시키는 거대한 음모집단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286쪽)” 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97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 장편소설은 작가의 첫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무려 7년이나 걸렸다. 소설은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라는 신성한 원시림을 지키려는 ’숲의 형제단‘의 숭고한 희생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부분들을 들춘다.

 

식사는 늘 그렇듯이 소리 없이 때를 맞추어 왔다. 숲이 내는 갖은 소리와 빗소리 속에서 그 야생짐승처럼 조심스런 발소리를 구분할 수 없었기에 성우는 아예 신경을 꺼버리기로 했다.(41쪽)

독방에 식판을 밀어 넣듯 급식을 하는 그 자는 성우가 모르게 군불을 지펴주고 갔음이 분명했다.(42쪽)

자귀나무와 배롱나무의 여린 잎들이 연두색의 이국적인 차양을 늘어뜨리고 있었다.(119쪽)

 

'숲의 형제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주일 간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고독과 침묵을 이겨내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차라리 일주일 분의 먹거리와 땔감을 오두막의 토방과 헛간에 쟁여 놓은 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에피쿠로스 정원’은 강원도 백두대간의 고산지대다. 내가 알고 있기로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해 중부 이북에서 월동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