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3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책이름 :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지은이 : 고형렬펴낸곳 : 창비 침대에서 어둠과 빛으로 뒤척인 우울의 날 / 붉은 장미가 몸을 뒤집고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 요재지이의 흰 비둘기가 푸드덕 날개를 펼쳤다 / 빨간 향기의 장미가 책으로 변신한다 / 얼마나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자신의 변신인가 / 이 책은 다시는 장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이 작은 책의 글을 돌 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 나는 이제 이 언덕에서 다른 꿈을 꾸지 않는다 / 어젯밤 어떻게 장미가 책이 됐는지 통 알 수 없어 / 무엇으로 그것들이 내게 다시 돌아왔는지 / 어느날 반투명의 책이 되는 몇송이 장미들이 /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갑자기 찾아왔던 것 / 낙망 속에 기다림도 없는 빛과 어둠 속에서 시집을 여는 첫 시 「..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책이름 :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지은이 : 고형렬 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시인 고형렬이 눈에 띤 것은 단순히 한 시집의 표제 때문이었다.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흔해빠진 가든 상호다. 그런데 그 집이 자꾸 눈에 익었다. 김포공항에서 제방도로를 타고 강화도를 향하면 김포 하성에서 한강과 헤어진다. 전류리 포구를 지나 텅 빈 공유수면에 갈대와 억새가 지천인 너른 터에 가든 한 채가 외롭게 한강을 등졌다. 겨울 찬바람이 강 수면을 휩쓰는 휘파람 소리만 들리는 한적하고 고요한 외딴 가든의 주차장은 항상 비어 있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구체적인 형상이었다. 상상속의 집은 나에게 운호가든으로 정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질만한데 한강변 가든은 불현 듯 떠오르곤 했다.” 생태에세이 『은빛 물고..

은빛 물고기

책이름 : 은빛 물고기지은이 : 고형렬펴낸곳 : 바다출판사 이 책을 만난 인연이 고맙다. 뒤늦게나마 이 놀라운 산문집을 손에 넣은 나의 독서여정이 자랑스러웠다. 은빛 물고기를 형상한 표지의 은박지는 연어다. 표지 빛깔이 연어의 살색이다. 속면지는 맑고 찬 백두대간 계곡 상류의 하상에 낳은 연어의 알 꾸러미 색깔로 보였다. 시인 고형렬이 눈에 띤 것은 단순히 한 시집의 표제 때문이었다.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흔해빠진 가든 상호다. 그런데 그 집이 자꾸 눈에 익었다. 김포공항에서 제방도로를 타고 강화도를 향하면 김포 하성에서 한강과 헤어진다. 전류리 포구를 지나 텅 빈 공유수면에 갈대와 억새가 지천인 너른 터에 가든 한 채가 외롭게 한강을 등졌다. 겨울 찬바람이 강 수면을 휩쓰는 휘파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