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4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책이름 :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지은이 : 고형렬펴낸곳 : 창비 연어의 회귀를 따라가는 놀라운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는 시인 고형렬(高炯烈, 1954- )를, 나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집은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莊子」를 발표하며 문학을 시작했다.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는 시력 40년 시인의 열한번째 시집이었다.시집을 펼칠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쉽게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시인의 시세계가 정통 서정에서 한발 벗어난 독특한 위치를 점유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시집은 해설ㆍ발문조차 없었다. 시인 진은영은 표사에서 말했다. “시는 모든 것의 시작과 함께하며 모든 것이 ..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책이름 :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지은이 : 고형렬펴낸곳 : 창비 침대에서 어둠과 빛으로 뒤척인 우울의 날 / 붉은 장미가 몸을 뒤집고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 요재지이의 흰 비둘기가 푸드덕 날개를 펼쳤다 / 빨간 향기의 장미가 책으로 변신한다 / 얼마나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자신의 변신인가 / 이 책은 다시는 장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이 작은 책의 글을 돌 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 나는 이제 이 언덕에서 다른 꿈을 꾸지 않는다 / 어젯밤 어떻게 장미가 책이 됐는지 통 알 수 없어 / 무엇으로 그것들이 내게 다시 돌아왔는지 / 어느날 반투명의 책이 되는 몇송이 장미들이 /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갑자기 찾아왔던 것 / 낙망 속에 기다림도 없는 빛과 어둠 속에서 시집을 여는 첫 시 「..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책이름 : 김포 운호가든집에서지은이 : 고형렬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시인 고형렬이 눈에 띤 것은 단순히 한 시집의 표제 때문이었다.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흔해빠진 가든 상호다. 그런데 그 집이 자꾸 눈에 익었다. 김포공항에서 제방도로를 타고 강화도를 향하면 김포 하성에서 한강과 헤어진다. 전류리 포구를 지나 텅 빈 공유수면에 갈대와 억새가 지천인 너른 터에 가든 한 채가 외롭게 한강을 등졌다. 겨울 찬바람이 강 수면을 휩쓰는 휘파람 소리만 들리는 한적하고 고요한 외딴 가든의 주차장은 항상 비어 있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구체적인 형상이었다. 상상속의 집은 나에게 운호가든으로 정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질만한데 한강변 가든은 불현 듯 떠오르곤 했다.”생태에세이 『은빛 물고기』 ..

은빛 물고기

책이름 : 은빛 물고기지은이 : 고형렬펴낸곳 : 바다출판사 이 책을 만난 인연이 고맙다. 뒤늦게나마 이 놀라운 산문집을 손에 넣은 나의 독서여정이 자랑스러웠다. 은빛 물고기를 형상한 표지의 은박지는 연어다. 표지 빛깔이 연어의 살색이다. 속면지는 맑고 찬 백두대간 계곡 상류의 하상에 낳은 연어의 알 꾸러미 색깔로 보였다. 시인 고형렬이 눈에 띤 것은 단순히 한 시집의 표제 때문이었다.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어디선가 보았음직한 흔해빠진 가든 상호다. 그런데 그 집이 자꾸 눈에 익었다. 김포공항에서 제방도로를 타고 강화도를 향하면 김포 하성에서 한강과 헤어진다. 전류리 포구를 지나 텅 빈 공유수면에 갈대와 억새가 지천인 너른 터에 가든 한 채가 외롭게 한강을 등졌다. 겨울 찬바람이 강 수면을 휩쓰는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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