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5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책이름 :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엮은이 : 김사인펴낸곳 : 문학동네 나의 책장에 시인 김사인이 지었거나 엮은 여섯 권의 책이 어깨를 맞대었다. 시집은 『밤에 쓰는 편지』(1987), 『가만히 좋아하는』(2006), 『어린 당나귀 곁에서』(2015)와 엮은 책으로 『박상륭 깊이 읽기』(2001), 그리고 詩를 읽고 감상과 독법을 담은 『시를 어루만지다』(2013) 였다. 책은 시인이 넉 달 간 매일 아침 고른 82편의 시와 짧은 감상을 담았다. 다산 정약용은 말했다. “不傷時憤俗非詩也(시대를 아파하고 분노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 시인이 신문에 실릴 시를 고르던 때는 나라가 격동의 풍랑에 휩쓸렸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두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말이 난무했다. 주한 미국의 사드..

시를 어루만지다

책이름 : 시를 어루만지다 지은이 : 김사인 펴낸곳 : b(도서출판비) 고전문학 연구가 정민의 『한시 미학 산책』(휴머니스트, 2010)과 시인 김사인의 시감상집 『시를 어루만지다』(도서출판b, 2013)를 연이어 잡았다. 그리고 두 권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 하나는 출간된 지 60돌이 지나 재출간된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의 3인 합동시집『청록집』(을유문화사, 2006)이었다. 박목월의 시는 「윤사월」를 비롯해 열다섯 수, 조지훈은 「승무」를 비롯해 열두 수, 박두진은 「향연」을 비롯해 열두 수가 실렸다. 송홧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 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고 / 엿듣고 있다. 박목월의 시 「윤사월」의 전문이다. 고전문학 연구가..

어린 당나귀 곁에서

책이름 : 어린 당나귀 곁에서지은이 : 김사인펴낸곳 : 창비 첫 시집 『밤에 쓰는 편지』(문학동네, 1999)가 나오고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은 19년 만인 2006년에 독자를 찾았다. 다시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세상에 얼굴을 내민 세 번째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의 얼굴이 해맑다. 시인의 작고 약한 것에 기울이는 호젓하고 애틋한 서정성은 그대로였다. 독자들은 시인의 가만히 속삭이는 어조에 귀를 열고 가만히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70편이 실렸고, 발문은 대학선배 최원식(문학평론가)의 「절망을 수락하되 절망에 투항하지 않는 - 김사인 새 시집에 부쳐」로 글부조를 했다.시집에서 세 가지 부류의 시들이 눈에 뜨였다.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다 일찍 세상을 뜬 김태정..

밤에 쓰는 편지

책이름 : 밤에 쓰는 편지지은이 : 김사인펴낸곳 : 문학동네 나는 시인을 평론집 『박상륭 깊이 읽기』의 엮은이로 처음 만났다. 어느 환경단체 사이트를 기웃거리다 게시판에 올려진 시가 눈에 들어왔다.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찾았다.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가 막 나왔다. 나는 두 권의 시집을 읍내서점에 부탁했다. 묵은 시집을 잡고 따끈따끈한 시집은 아꼈다. 책장 한 구석에 책등을 보이며 얌전히 자리 잡은 시집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푸근했다. 첫 시집 『밤에 쓰는 편지』는 품절 딱지가 붙었다. 반갑게 부스럼이 떨어졌다. 나는 부리나케 새 판을 찍어 낸 개정판을 손에 넣었다. 4부에 나뉘어 71 시편이 실렸고, 발문은 시인 이문재의 「저 순하여 무서운 웃음」 이다. 발문의 한 대목이다. “김사인은 게..

가만히 좋아하는

책이름 : 가만히 좋아하는지은이 : 김사인펴낸곳 : 창비 쓰다 버린 집들 사이로 / 잿빛 도로가 나 있다 / 쓰다 버린 빗자루같이 / 나무들은 노변에 꽂혀 있다 / 쓰다 버린 담벼락 밑에는 / 순창고추장 벌건 통과 검정 비닐과 스티로폼 쪼가리가 / 흙에 반쯤 덮여 있다 / 담벼락 끝에서 쓰다 버린 쪽문을 밀고 / 개털잠바 노인이 웅크리고 나타난다 / 느린 걸음으로 어디론가 간다 / 쓰다 버린 개가 한 마리 우줄우줄 따라간다 / 이발소 자리 옆 정육점 문이 다시 열리고 / 누군가 물을 홱 길에 뿌리고 다시 닫는다먼지 뽀얀 슈퍼 천막 문이 들썩 하더니 / 훈련복 차림의 앳된 군인 하나가 / 발갛게 웃으며 / 신라면 다섯개들이를 안고 네거리를 가로지른다  「겨울 군하리」(29쪽)의 전문이다. 시인은 어느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