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를 어루만지다

대빈창 2020. 2. 20. 07:00

 

 

책이름 : 시를 어루만지다

지은이 : 김사인

펴낸곳 : b(도서출판비)

 

고전문학 연구가 정민의 『한시 미학 산책』(휴머니스트, 2010)과 시인 김사인의 시감상집 『시를 어루만지다』(도서출판b, 2013)를 연이어 잡았다. 그리고 두 권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 하나는 출간된 지 60돌이 지나 재출간된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의 3인 합동시집『청록집』(을유문화사, 2006)이었다. 박목월의 시는 「윤사월」를 비롯해 열다섯 수, 조지훈은 「승무」를 비롯해 열두 수, 박두진은 「향연」을 비롯해 열두 수가 실렸다.

 

송홧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 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고 / 엿듣고 있다.

 

박목월의 시 「윤사월」의 전문이다. 고전문학 연구가는 「윤사월」은 왕유풍의 5언 절구에 가깝다고 평했다. 청록파 세 사람 중에 한시의 정서에 가장 가까웠던 시인은 박목월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시집은 복간된 서정춘의 첫 시집 『죽편』(황금알, 2016)이었다.

 

여기서부터, ― 멀다 / 칸칸마다 밤이 깊은 / 푸른 기차를 타고 /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 백 년이 걸린다

 

1996년에 세상의 빛을 본 시집은 짧은 시 35편이 실렸다. 시인 서정춘은 전남 순천에서 가난한 마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야간 중고교를 다니며 신문 배달, 서점 점원, 군청 급사 등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다.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기까지 시인은 가난과 독학의 세월을 살았다. 고졸 학력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순천 출신 소설가 김승옥의 소개로 동화출판공사에 입사했다. 28년 봉직한 첫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첫 시집 『죽편』을 등단한 지 29년 만에 세상에 내놓았다.

책은 5부에 나뉘어 이 땅의 근현대시 56명 시인들의 한 편씩의 시를 읽고 감상과 독법을 담았다. 김소월(1902 - 1934)의 번역시 「봄」에서 조영석(1976 - )의 「토이 크레인」까지, 독자들이 눈치 채지 못한 행간의 의미를 ‘섬김과 모심의 시학’으로 찬찬히 짚어주었다. 1부의 「시에게 가는 길」은 일종의 시인의 시론이었다. 시인은 말했다. “시를 읽는 일이란 시를 이루고 있는 소리, 말뜻, 행과 연 등 각 단어들을 포함하여 시 전부를 어루만져 보고 냄새 맡고 미세한 색상의 차이를 맛보는 일, 한 마디로 말하면 ‘시를 잘 옷 입어 보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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