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지은이 : 박남준
펴낸곳 ; 한겨레출판
‘지리산 시인’ 박남준은 1984년 시전문지 『시인』을 통해 등단했다. 2017년 환갑(還甲)을 맞아 두 권의 책을 냈다. 『박남준 시선집』(펄북스, 2017)과 산문집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한겨레출판, 2017). 무당이 살다 떠난 전주 모악산 깊은 계곡의 음습한 거처에서 햇살 밝은 지리산 악양 동매마을로 이사 온지 어느덧 16년 세월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시인의 산문집 세 권 『꽃이 진다 꽃이 핀다』(호미, 2002) / 『박남준 산방일기』(조화로운삶, 2007) /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한겨레출판, 2013)과 시집 『적막』(창비, 2005)을 잡았다.
손에 넣은 지 두 해가 흐른 두 권의 책에서 산문집을 먼저 손에 들었다. 글은 3부에 나뉘어 101꼭지가 실렸다. 시인이 직접 찍은 240여장의 사진이 눈맛을 더했다. 수석(壽石)으로 보이는 표지그림의 세 개의 돌은 시인이 섬진강변을 거닐다 발길에 닿은 조약돌이었다. 지리산 자락에 안겨 자급자족하는 시인의 삶터는 자연 식물원이었다. 복수초, 홍매화, 청매화, 앵초꽃, 비파, 가시연꽃, 상사화, 파초, 석류, 옥잠화, 개불알꽃, 맥문동, 도라지모시대꽃, 은방울꽃, 금목서, 범부채꽃, 울릉나리 등이 사시사철 시인의 눈을 맑게 씻어주었다. 시인은 특히 흰꽃에 애착을 가졌다. 흰용담꽃, 흰동백, 흰해당화, 흰수선화.
작은 텃밭의 부추, 달래, 토란, 호박, 고추, 무, 배추, 고수, 가지, 토마토, 배추가 시인의 식단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뒤뜰의 작은 연못에 민물장어, 버들치, 꺽지, 손바닥만한 금붕어가 살았다. 팔색조, 독수리, 까치, 까마귀, 노랑턱멧새가 시인의 함석집을 기웃거렸다. 주인의 허락 없이 지붕 틈새에 다섯 마리 새끼를 낳고 몸을 푼 길냥이를 위해 시인은 정육점에 달려가 소고기 반근과 우유 한 통을 사왔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소개했다. “새와 달과 양철지붕중에 내리는 빗소리와 별과 나무 그리고 텃밭의 벌레와 채소들과 찾아오는 손님들과 뜨고 지는 해와 꽃등처럼 내걸린 곶감과 마당의 꽃들과 처마 끝 풍경 소리와 계절마다의 비바람과 눈보라”(263쪽)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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