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지은이 : 황현산
펴낸곳 : 난다
“나는 이 세상에서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물어왔다. 내가 나름대로 어떤 슬기를 얻게 됐다면 이 질문과 고뇌의 덕택일 것이다.”
문학평론가·불문학자 황현산 선생이 2018년 8월 8일 별세하셨다. 선생은 암 투병 중에 두 번째 산문집과 불문학 번역서를 한꺼번에 내었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난다, 2018)과 『말도로르의 노래』(문학동네, 2018) 이었다. 번역서의 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Lautreamont, 1846 - 1870)은 보들레르와 마찬가지로 악을 예찬하고, 랭보와 함께 저주받은 시인의 계보를 잇는 작가였다.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이후 5년 만에 나온 산문집은 5부에 나뉘어 67꼭지로 구성되었다.
책은 지난 5년간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정치·사회·문화사였다. 산문은 2013년 3월 9일에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끝났다. 개성공단 폐쇄 / 청년취업 / 헬조선 / 4대강 사업 / 세월호 참사 / 국정농단 / 여성혐오 / 험악한 남북관계 / 문단내 성폭력 / 용산참사 /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 등. 4부의 글은 영화 〈곡성〉, 〈콘택트〉. 소설은 신경숙의 표절 작품 「전설」, 권여선의 「봄밤」, 시는 이육사의 「광야」, 기욤 아폴리네르의 「마리」등 시, 소설, 영화, 철학이 동원된 문화비평이었다. 5부는 작품론으로 김혜순, 김개미, 천양희, 신영배, 신철규, 정진규, 장석남의 시집과 이수명의 평론집, 이경자의 『시인 신경림』 평전, 『미당 서정주 전집』, 김선재, 조선희, 김가경의 소설에 대한 평론이 담겼다.
글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훼손한 현실을 냉철한 사유를 앞세워 비판했다. 이 땅 지식인의 한 좌표를 마련한 선생의 1주기가 지나갔다. 1주기를 맞아 도서출판 《난다》에서 절판된 문학평론집 『잘 표현된 불행』(난다, 2019)과 선생이 생전 트위터에 올린 글을 엮은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난다, 2019)가 출간되었다. 《난다》에서 나온 선생의 네 권 책 표지 그림은 한 화가의 그림이었다. 독일현대회화를 이끌어가는 뉴라이프치히파 화가 팀 아이텔(48)이었다. 나는 표지그림을 보고 선생의 생전 뒷모습을 그린 그림인 줄 알았다. 마지막은 선생이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보며 한 말이다. 마음 한 구석에 깊게 와 닿은 구절(22 - 23쪽)이었다.
“함께 번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실천하는 지혜가 진정한 앎이며, 한쪽의 동포가 비극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힘이 진정한 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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