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턱멧새 3

후투티를 다시 만나다.

나는 후투티를 지상파 방송 KBS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動物의 王國)〉에 나옴직한 먼 나라의 새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티셔츠 위에 후드 모자를 덧대어 만든 옷인 ‘후드티’를 후투티의 머리에 쓴 관 모양의 깃털에서 유래한 옷이라고 제멋대로 연상했다. 전적으로 후투티를 알게 된 것은 송규명의 체험적 생태수필 『후투티를 기다리며』라는 산문집을 통해서였다. 저자는 후미진 아파트의 놀이터에 찾아 온 후투티 한 쌍을 보며 자신의 삶터를 행복해했다. 책에 실린 삽화를 보고 나는 다시 착각에 빠졌다. 머리에 관을 쓴 참새만한 새가 주문도 봉구산 관목 덤불에서 떼로 몰려다니며 까불었다. 포스팅한 글에 달린 댓글은 후투티의 새끼가 아닐까하고 궁금증과 의문을 나타냈다. 문제는 새의 덩치였다. 후투티의 몸..

후투티를 기다리며 - 2

우리 집 뒤울안과 이어진 봉구산의 관목 덤불에서 폴짝폴짝 뛰는 새들은 머리에 관을 썼다. 표지 그림을 보고 나는 손뼉을 쳤다. 서둘러 백과사전의 후투티를 검색했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여름철새로 머리와 깃털이 인디언의 장식처럼 펼쳐졌고, 머리 꼭대기 장식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후투티의 덩치였다. 몸길이 약 28㎝, 날개길이 약 15㎝ 였다. 내가 본 새들은 참새만 했다. 그럼 후투티를 닳은 녀석들은? 2015년 1월에 올린 『후투티를 기다리며』 리뷰의 마무리 구절입니다. 『우리 새 백 가지』를 펼쳤습니다. 녀석들은 노랑턱멧새입니다. 후투티보다 작은 놈들은 머리에 뿔 모양의 장식깃을 단 우리나라의 흔한 텃새입니다. 작년 여름 나는 진짜 후투티를 보았습니다. 행운입니다. 폭양에..

새끼 참새의 둥우리

바야흐로 완연한 봄입니다. 사철나무의 두터운 푸른 잎은 더욱 윤기가 흐릅니다. 명자나무는 자잘하고 빼곡한 푸른 잎에 꽃이 점점이 빨갛게 수를 놓았습니다. 게으른 감나무가 이제 새순을 튀웁니다. 마른 감나무 가지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았습니다. 요란스럽게 지저귀던 네다섯 마리의 참새는 재빨리 밭 울타리 개나리 덩굴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의 요즘 아침은 참새들의 짹! 짹! 요란하게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뜹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왔습니다. 명자나무꽃이 땅에 드리운 마른 풀섶을 길고양이가 조심스레 뒤적입니다. 참새 둥우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참새 어미는 슬라브에 잇댄 조립식 판넬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새끼 참새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합니다. 생강나무는 노란꽃이 지고 두툼한 새순을 가지마다 매달았습니다. 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