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후투티를 다시 만나다.

대빈창 2019. 4. 1. 07:00

 

 

나는 후투티를 지상파 방송 KBS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動物의 王國)〉에 나옴직한 먼 나라의 새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티셔츠 위에 후드 모자를 덧대어 만든 옷인 ‘후드티’를 후투티의 머리에 쓴 관 모양의 깃털에서 유래한 옷이라고 제멋대로 연상했다. 전적으로 후투티를 알게 된 것은 송규명의 체험적 생태수필 『후투티를 기다리며』라는 산문집을 통해서였다.

저자는 후미진 아파트의 놀이터에 찾아 온 후투티 한 쌍을 보며 자신의 삶터를 행복해했다. 책에 실린 삽화를 보고 나는 다시 착각에 빠졌다. 머리에 관을 쓴 참새만한 새가 주문도 봉구산 관목 덤불에서 떼로 몰려다니며 까불었다. 포스팅한 글에 달린 댓글은 후투티의 새끼가 아닐까하고 궁금증과 의문을 나타냈다. 문제는 새의 덩치였다. 후투티의 몸길이는 약 28㎝, 날개길이는 약 15㎝ 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본 새는 노랑턱멧새였다.

후투티는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여름철새로 머리와 깃털이 인디언의 장식처럼 펼쳐졌다. 머리 꼭대기 장식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었다. 3년 전 한여름 나는 운 좋게 주문도에서 후투티를 만났다. 폭양에 달아오른 인적 없는 선창 해안도로를 터벅터벅 걷는데 거짓말처럼 후투티 한 마리가 20여m 앞에서 깡총깡총 뛰었다. 그렇다. 녀석은 이 땅에서 흔히 보는 텃새와 달리 우아한 맵시를 자랑했다. 인디언 추장처럼 관으로 머리를 장식했고 등과 날개의 검고 흰 줄무늬는 품위가 있었다.

‘앞날을 예고한다는 신비한 새’ 후투티를 올봄 대빈창 해변에서 다시 한번 조우했다. 초봄답지 않게 연일 온화하던 날씨가 꽃샘추위로 새벽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친 3월 중순 토요일 아침이었다. 파카로 중무장한 채 오랜만에 대빈창 해변 산책에 나섰다. 해안 솔숲을 지나 대빈창 제방을 반쯤 걸었을까 모래사장에서 낯익은 새 한 마리가 팔짝팔짝 혼자 놀고 있었다. 듬성듬성 키 작은 마른 갈대가 솟구친 사구에서 바닷가 모래밭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후투티 한 마리가 연신 모래밭을 부리로 쪼고 있었다. 여름 철새인데 초봄 영하의 날씨에 백사장에서 무언가 부리로 쪼아 좌우로 흔들다 목구멍으로 넘겼다. 3년 전 해안도로 토란 밭에서 보았던 녀석보다 덩치가 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