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의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한반도의 하늘은 연일 미세먼지 공습으로 사람들은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고 쇠소(鐵牛)들의 탈 난 몸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3월초 황금연휴를 맞아 여지없이 수의사들이 섬에 당도하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주문도 모퉁이돌 선교원의 훈련원 운동장입니다. 옛 서도 초등학교 자리였습니다. 섬의 쇠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때 빼고 광내는 하루였습니다. 주인 손에 이끌려 논밭에서 흙먼지를 날리다가 하루 두 번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서는 섬 쇠소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짠기에 쩐’ 쇠는 쉽게 녹이 습니다. 섬주민들은 말합니다.
“무쇠도 짠기를 당해낼 수 없다.”
부품을 실은 짐차 3대가 전날 저녁 배로 주문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행정선으로 수의사들 25명이 서도(西島)에 도착해 큰 섬 주문도의 수리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노련한 수의사 네다섯분이 아차도에 투입되었습니다. 아차도 수리를 마친 분들은 다시 주문도 대열에 합류합니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온종일 서서 쇠소들을 치료한 수의사들이 따뜻한 마을회관 온돌방에 몸을 지집니다. 대형농기계 주민의 모임에서 토종닭 두 마리를 잡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먼동이 트기 전, 부품차 3대를 끌고 수의사들은 선창으로 나섰습니다. 주문도에서 7시에 출항하는 첫 배를 타고 볼음도로 향했습니다. 볼음도의 쇠소(鐵牛)들은 농기계수리센터 공터에 집결했습니다.
주문도의 잠은 진말 마을회관에서 묵고, 밥은 식당밥을 사먹습니다. 볼음도의 숙박은 펜션에서 해결합니다. 펜션 식당의 밥을 먹고, 방 3개에 나뉘어 고단한 몸을 뉘입니다. 아차도 원정에 나선 수의사들은 점심을 이장댁에서 드시고, 행정선을 이용해 주문도로 이동했습니다. 서도(西島)의 봄맞이 연례행사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올해도 80여 농가의 쇠소 130여 마리가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트랙터, 경운기, 이앙기, 관리기, 예초기, 분무기, 양수기, 엔진톱, 트레일러 거기다 오토바이까지. ‘목에 낀 때’에는 소주와 돼지비계가 직방입니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수의사들은 뭍에 도착하여 뒷풀이로 삼겹살을 굽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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