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면적은 40만4,000㎢입니다. 길이는 남북 1,000㎞이고, 동서는 700㎞입니다. 수심은 20 ~ 80m 정도로 최대수심은 103m이고, 평균수심은 44m입니다. 황하(黃河)에 의해 운반된 황토로 바닷물이 항상 누렇게 흐려 있어 황해라고 부릅니다. 신생대 제4기 최후 빙하기 때 서해의 해수면은 현재보다 100m이상 낮아 중국대륙과 연결된 평탄지형 이었습니다. 신생대 제4기는 홍적세(1만 ~ 160만년 전)와 충적세(현재 ~ 1만년 전)로 나누어집니다. 지구의 기온이 차츰 따뜻해지면서 해수면이 올라가 바다가 되었습니다. 먼 옛날, 강화도에 딸린 서해의 섬들은 빙하기 때 평탄한 지형에 돌출된 산줄기였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계곡과 낮은 지역은 바닷물에 잠기고, 봉우리와 능선만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섬으로 고립되었습니다. 삼산면의 미법도, 서검도와 서도의 말도,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 그리고 수많은 무인도들은 같은 산줄기로 후에 조선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이 지은 〈산경표〉에 의하면 한남정맥(漢南正脈)의 여맥 줄기입니다.
주문도의 대빈창, 뒷장술, 앞장술 해변과 볼음도의 조개골, 영뜰 해변 그리고 주문도와 볼음도, 아차도가 서로 마주보는 협곡과 볼음도와 삼산면의 서검도 해협등 서해의 작은 섬들 사이의 바다는 빙하기 때 능선 사이의 계곡이었습니다. 피라미와 갈겨니와 돌고기가 급한 물살을 헤엄치고, 모래무지와 동자개가 모래를 파고들고, 무당개구리가 자갈 밑에 몸을 숨겼습니다.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귀한 대접을 받는 1미터가 넘는 대형 열목어들이 눈가의 열기를 식히려 나무그늘을 찾아 느리게 지느러미를 흔들었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산줄기 사이 낮은 지형으로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농어, 병어, 가오리, 숭어, 망둥어가 따라 들어왔습니다. 풀등에 꽃게와 돌게가 알을 슬었습니다. 갯벌에 묻힌 잔자갈에 소라가 달라붙었습니다.
80년대 초 가난한 시절, 한 뼘의 농경지를 넓히려는 욕심에 대빈창 해변에 제방을 쌓았습니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지금,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흉물이 되었습니다. 충남 태안의 신두리처럼 드넓었던 사구가 논밭으로 메꾸어지고, 백사장 모래는 시간이 갈수록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고 자갈만 드러났습니다. 대빈창은 흰 모래가 아닌 자갈 해변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해변은 날이 갈수록 자갈과 갯벌이 드러나 여지없이 초췌한 몰골을 드러냈습니다. 석축 제방에 부딪힌 큰 너울이 백사장의 쌓인 모래를 다시 바다로 끌고 나갔습니다. 제방을 쌓기 전 드넓은 모래사장 여기저기 천연풀장이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토배기들은 뜨끈하게 달아오른 원형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고된 노동의 하루 피로를 풀었습니다.
대빈창 해변의 외지인을 볼 수 없었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가난했지만 평등했고 마을공동체의 심지 깊은 배려로 오히려 풍족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현재 서해의 작은 외딴섬 사람들의 삶속에 인류의 미래 모습이 보입니다. 화석연료를 태워 풍요를 구가하는 현대문명은 머지않아 조종을 울릴 것입니다. 대체에너지를 부르짖지만 '양치기 소년'에 불과합니다. 개발 성장이 아닌 생태 순환이 가능한 문명만이 인류의 앞길을 밝혀 줄 것 입니다. 철없는 도시의 소비문화보다, 성숙한 시골의 살림문화가 인류의 희망입니다. 머지않아 제방을 쌓아 일군 다랑구지 논들에 모래가 쌓여 다시 사구가 형성될 것입니다. 섬의 농부들은 고희를 넘겼습니다. 10년 후 외딴섬의 농사를 누가 이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를 모시고 섬에 삶터를 꾸린 지 이제 강산이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가난하게 살다 섬에 뼈를 묻어야 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대빈창 바위절벽 나무테크 계단 쉴참의 전망대에서 잡은 제방입니다. 멀리 삼보12호가 볼음도에 기항하고 뱃머리를 주문도와 아차도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돌렸습니다. 시간은 오후 4시 10분경입니다. 제방에 찰랑거리는 만조의 물결로 보아 물때는 사리에 가까워졌습니다. 아침 저녁 하루 두 번 저의 발길이 제방을 따라 걷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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