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도 봉구산 북사면에 자리 잡은 사무실은 사시사철 그늘이 졌습니다. 토배기들은 봉구산 너머 마을보다 평균 5℃ 정도가 기온이 낮다고 말합니다. 위 이미지는 운동장과 한 계단 높은 본관 사이의 경사면에서 뛰놀고 있는 토끼 세 마리입니다. 녀석들은 원래 동료 토끼 두 마리와 오골계 두 마리와 재래종 닭 두 마리와 한 우리에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과 아래관사는 석축으로 단절되었습니다. 석축을 한 면으로 폐그물로 삼면을 에워싸 토끼와 닭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상공을 선회하는 매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습니다. 조립식 판넬로 지붕을 덮었습니다.
흰빛 바탕에 회색 얼룩무늬 토끼 세 마리, 잿빛 토끼 한 마리, 검정 토끼 한 마리 모두 다섯 마리입니다. 암수 구분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운동장 양지바른 곳에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던 최초의 탈출자(脫出者)는 회색 얼룩무늬 토끼 두 마리였습니다. 며칠 후 바깥세상의 자유 대열에 잿빛 토끼가 합류했습니다. 우리 안의 두 마리 토끼는 타성에 젖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검정 토끼는 사람이 던져주는 먹이를 편안히 받아먹으며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한 구석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또다른 얼룩무늬 토끼는 탈출을 시도했으나 큰 덩치로 말미암아 그물 틈에 목이 끼어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을 어렵게 그물 올가미에 끼인 목을 풀어 주었습니다. 그후 녀석은 탈출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탈출한 녀석들의 잠자리는 나이 먹은 모과나무를 둥그렇게 둘러싼 장애인용 나무테크 오름길의 틈새 흙무더기입니다. 녀석들은 둥그렇게 흙을 파헤치고 몸을 깊게 묻었습니다. 주차장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던 녀석들이 자동차 시동 소리에 재빠른 몸놀림으로 한구석으로 비켜났습니다. 녀석들의 먹이감은 사방에 널렸습니다. 맵지도 않은지 마른 고춧대를 씹고, 푸른기가 여전한 꽃잔듸에 코를 박고 끊임없이 입을 오물거렸습니다. 동네 개들이 아무리 토끼의 뒷꽁무니를 쫓아도 녀석들의 날랜 뜀뛰기를 당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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