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 전망대에서 아침 8시경 바라 본 분지도 정경입니다. 무인도 분지도(分芝島)는 주문도에서 분리되어 나갔다는 의미와 섬이 둘로 나누어졌다는 또다른 뜻도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분지도가 갈라진 두 개의 섬처럼 보였습니다. 1.5㎞의 거리지만 확연하게 구분되었습니다. 한쪽은 상록수로 파랗게 보였고, 다른 쪽은 낙엽을 떨 군 활엽수로 황량하게 보입니다. 숲에서 양수림(소나무 등)을 거쳐 음수림(신갈나무 등)으로 전이되는 천이의 마지막 과정으로 안정된 상태를 이룬 군집을 극상이라고 합니다. 두 개의 떼로 이루어진 분지도가 천이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연 영상물처럼 보였습니다.
한 달이 흘렀습니다. 산수(傘壽)를 한 해 남긴 할아버지가 분지도에 흔적을 남기고 실종되었습니다. 어느덧 주문도에 삶터를 꾸린지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번 사고는 섬에서 제가 겪은 세 번째 실종 사건이었습니다. 십여 년 전 섬 주민이 아닌 입도객이 손전화로 자살을 암시하는 통화를 남기고 종적이 묘연했습니다. 손전화의 마지막 발신지가 주문도 기지국으로 잡혔습니다. 민관군이 모두 동원되어 봉구산을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오랜기간 인적 끊긴 산중을 헤집었지만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었습니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옹진의 이름난 관광지 섬에서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분지도 이야기 셋」에서 밝힌 밤중에 조개잡이를 나섰다가 실종된 외지인입니다. 조금 물때라 갯골에 사람 발자국과 그레를 끈 자국이 선명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 실종자는 다음날 오전 분지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큰 수술로 몸이 불편했던 그는 바다에서 마을 불빛을 보고 기진맥진 걷다가 갯골에 물이 밀자 무인도인 분지도에 고단한 몸을 의탁할 수 있었습니다.
실종된 할아버지는 시집 간 누이동생의 집에 얹혀사셨습니다. 지적장애 1급인 할아버지는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작은 외딴섬에서 혼자 농사일을 도우며 생을 영위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봄·여름·가을·겨울 한평생을 하루같이 등에 지게를 메고 계셨습니다. 실종된 그날도 할아버지는 달래를 캐러 물 빠진 갯벌을 걸어 분지도로 걸어 들어가셨습니다. 이른 봄기운으로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걸어 들어간 갯벌 길은 상합 조개잡이꾼들이 드나들던 길이었습니다. 해가 떨어져도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섬주민들이 찾아 나섰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분지도에서 발견한 것은 할아버지의 지게와 낡은 배낭 그리고 사람 발자국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해양경찰과 119소방대가 무인도 주변을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달포가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입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집 화계(花階) (0) | 2019.05.01 |
---|---|
'부름종'을 아시는가 (0) | 2019.04.22 |
후투티를 다시 만나다. (0) | 2019.04.01 |
대빈창해변 가는 언덕위 하얀집 (0) | 2019.03.21 |
대빈창 해변에 열목어가 헤엄쳤다. (0) | 2019.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