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5

놈이었습니다

책이름 : 놈이었습니다지은이 : 이덕규펴낸곳 : 문학동네 농촌·농업·농민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세월이 되었다. 나는 후원하는 격월간 인문생태잡지 『녹색평론』에 실린 서너 편의 시로 갈증을 해소할 수밖에 없었다. 출간된 지 6년이 지난 시집을 뒤늦게 잡았다. 그렇다. 시인 이덕규는 ‘농사짓는 시인’이었다. 시집은 제9회 오장환 문학상 수상작이었다. 3부에 나뉘어 63시편이 실렸고, 발문은 김근(시인)의 「사내의 대지」였다. 시인의 첫 시집 『다국적 구름 공장 안을 엿보다』(문학동네, 2003)는 시인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유년·청소년 시절을 담았다. 두 번째 시집 『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 2009)은 농사를 짖고, 자연과 소통하며 생태·생식에 대한 상상력을 풀어냈다. 나는 두 시집을 진즉..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의 연장 부리던 이야기

책이름 :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의 연장 부리던 이야기 지은이 : 박형진 펴낸곳 : 열화당 출판사 이름이 낯익다. 강원 강릉시 운교동의 선교장(船橋莊)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5호다. 300여 년 전 영조 때 효령대군 후손이 경포대 인근에 지은 사대부 고택이다. 예전 경포호를 배타고 건너다니던 시절, ‘배다리 마을’에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다. 열화당(悅話堂)은 선교장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물로 지어 준 건물로 동판을 이어 차양을 만들었다. 출판사는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인 강릉 선교장 내 건물의 이름을 따서 1971년 세워졌다. 열화당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중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에서 따왔다. 이는 “가까운 이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는 의미다. 선교장의 열화당은 ..

밥그릇 경전

책이름 : 밥그릇 경전글쓴이 : 이덕규펴낸곳 : 실천문학사 시인 이덕규의 두 번째 시집 ‘밥그릇 경전’은 1·2부에 나뉘어 54편이 실렸다. 가장 긴 시편인 ‘괘랑리 시편’(106 ~ 108쪽)은 서낭당이 헐려 나가고 길이 나며 토지 거간꾼들이 들락거리며 땅값이 널을 뛰는 1연과 생떼 같은 장정들이 술로 거꾸러지고, 폭주하는 덤프트럭에 비명횡사하고, 과부들이 청바지 차림으로 공장에 취직하는 2연, 허물어진 서낭에서 굿판을 벌이는 3연 그리고 마지막 연은 지방도로 변에 가든이며 주유소며 러브호텔의 꼬마 알전구들이 껌벅이며 유혹한다. 천민자본주의의 가차 없이 확장하는 자본의 기세에 속수무책 무너져 내리는 농촌의 피폐한 실상을 읊조렸다. 여기서 괘랑리는 경기 화성 정남의 농촌 마을로 시인의 고향이며 현재 삶의..

포도 눈물

책이름 : 포도 눈물 지은이 : 류기봉 펴낸곳 : 호미 이제 그만! / 멈추어 달라고, / 들풀들이 일제히 흐느낀다. 오늘은 제초제를 뿌리지 않기로 했다. ‘들풀들의 데모’(48쪽)의 전문이다. 시인은 1994년 여름, 여느 해처럼 잡초를 죽이려 제초제를 뿌리다 들풀들의 고통스런 신음을 들었다. 이후 농부 시인은 유기농으로 포도를 가꾸기 시작했다. 경기 남양주 진전읍 장현리 산 97번지가 시인의 포도밭이다. 3천평 규모의 포도밭에는 1천 100여 그루의 포도나무가 자리 잡았다. 말이 좋아서 자연·그린·문화농법이지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리는 관행농법의 몇 곱절 힘이 드는 유기농은 농부들이 골병 들 만큼 힘들었다. 시인은 농약대신 방가지똥 같은 독풀을 흑설탕에 발효시켜 병해충 방제를 하고, 바닷물을 나무에 뿌..

포도밭 편지

책이름 : 포도밭 편지 지은이 : 류기봉 찍은이 : 김현호 펴낸곳 : 예담 초봄, 누구 / 포도나무의 눈물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똑! 똑! 5초마다 한 방울씩 흘리고 있는 / 나무들의 눈물. / 아침 열 시면 눈물 흘리는 속도가 빠르고요 / 밤에는 신기하게도 뚝, 하고 그친답니다. / 누구 포도나무의 / 눈물을 보신 적이 있나요. / 사람의 눈물과 같이 투명하지만 / 비리고 짜지는 않습니다. / 건강한 근육질의 나무는 / 눈물 흘리는 속도가 빠릅니다. / 나무의 눈물은 어디서 나오냐구요? / 초봄에 전정한 마디 끝에서 나옵니다. / 전정할 때의 아픔이 아물지 않은 상처, / 뿌리가 발을 뻗고 있는 땅속으로부터 / 희고 아프게 우려낸 나무의 눈물이라고요. / 그 마디 끝에 입을 대고 있으면 / 제 몸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