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 시인선 R 4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주인공

책이름 :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주인공지은이 : 박상순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누군가 내 짐들을 자꾸 / 공원 잔디밭에 옮겨놓아요 // 내가 잠든 사이에 / 나마저 그곳에다 옮겨놓아요 시집을 여는 첫 시 「붉은 체크무늬의 외투를 뒤집어 쓴 태양」(11쪽)의 전문이다. 회화성이 두드러진 시였다. 그렇다. 시인은 서울대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였다. 시집은 1부 35편, 2부 14편으로 모두 49편이 실렸다. 1996년 《세계사》에서 발간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박상순 시집의 특징으로 굳어진 해설을 싣지 않은 파격을 보여 준 시집이었다. 1부의 시들은 첫 출간 때의 형태를 흩트리지 않은 선에서 시인이 첨삭을 가했다고 한다. 2부는 미출간 작품으로 구성되었다.큰 형이 대문을 나섰다. 나는 슬그머니 ..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책이름 :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지은이 : 정현종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한국 주지주의 시의 새 지평을 열어 젖혔다는 시인을 나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옮긴이로 먼저 만났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민음사, 2007)와 『질문의 책』(문학동네, 2013) 이었다.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지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의 묵직한 주제를 무겁지 않은 시어로 풀어냈다. 내가 잡은 시집은 두 권으로 모두 절판된 시집을 재출간하는 시리즈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을 통해서였다. 2003년 《시와시학사》에서 펴내고 〈문지 시인선 R5〉로 복간된 『견딜 수 없네』와 시인의 네 번째 시집으로 1989년 《세계사》에서 초판이 나오고, 〈문지 시인선 R15〉로 복간된 『사랑할 시간이 많지..

분명한 사건

책이름 : 분명한 사건지은이 : 오규원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시리즈 열한 번째 시집으로 오규원(1941 ~ 2007)의 첫 번째 시집 『분명한 사건』(1971, 한림출판사)이 48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시집은 1968년 등단을 전후한 7년간(1964 ~ 1971) 쓴 시들에서 30편을 추려 1·2부에 15편씩 나뉘어 실었다. 시인이 전등사 소나무에 잠든 뒤 정확히 10주년이 되었다. 시인은 이상, 김수영의 계보를 잇는 한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이었다. 서울예대 문학창작과에서 20여 년간 교편을 잡으며 수없이 많은 시인과 작가를 길러 낸 스승이었다. 제자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교수법은 신경숙, 황인숙, 함민복, 장석남, 하성란, 조용미, 이원, 박형준, 김언 등 현재 한국 문단의..

나는 너다

책이름 : 나는 너다지은이 : 황지우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 - 나무로부터 봄 - 나무에로』, 『게 눈 속의 연꽃』,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에 이어 다섯 번째로 황지우의 시집을 잡았다. 아니다. 여섯 번 째다. 학고재에서 나온 조각시집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가 있었다.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은 87년 6월 국민대항쟁이 한창일 때 나왔다. 《풀빛판화시선 - 26》으로 피곤에 찌든 노동자의 옆얼굴을 새긴 오윤의 목판화가 눈길을 끌었었다. 그때 표지 바탕의 미색은 새 시집 겉표지 테두리로 흔적을 남겼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시리즈의 여섯 번째 시집으로 복간되었다.   聖母와 聖子와 목수, / 하루 연탄 두 장과 쌀 여섯 홉을 배급받는 이 聖家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