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 시인선R 6

황색예수

책이름 : 황색예수지은이 : 김정환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책의 소유를 표식하는 도장인 장서표(藏書票) 모음집인 판화가 남궁산의 『인연을, 새기다』(오픈하우스, 2007)를 펼쳤다. 시인 김정환의 장서표는 펼쳐진 책 상단에 국제공용 표식 라틴어 EX-LIBRIS가, 하단에 섬뜩하게 날 선 칼이 새겨졌다. 꼭지 제목은 「모순을 베는 예리한 칼」로 장서표의 소재를 『황색예수』에 실린 「갈 길」에서 따왔다. 이대로 만남을 시시하게 청산할 수는 없어. / 몇천 년을 가슴속에서 징징 울던 칼이 / 이제 외치고 있어. 사랑과 칼과 만남의 흔적에 대해서 / 그 피비린 관계에 대해서. 판화가에게 시인은 시대를 감지하고 모순을 베는 예리한 칼을 가진 사람이었다. 시인은 80년대 노동자문화운동연합 의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상..

기억이동장치

책이름 : 기억이동장치지은이 : 신영배펴내곳 : 문학과지성사 사라지는 시를 쓰고 싶다눈길을 걷다가 돌아보면 사라진 발자국 같은봄비에 발끝을 내려다보면 떠내려간 꽃잎 같은전복되는 차 안에서 붕 떠오른 시인의 말 같은그런 시사라지는 시쓰다가 내가 사라지는 시 1부 마지막 시 「시인의 말」(39쪽)의 전문이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48 시편이 실렸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흐르는, 증발하는 그녀들의 환상통로」다. 시인은 2001년 『포에지』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인의 말∥은 2006년과 2015년 두 편이 실렸다. 2006년 첫 시집 『기억이동장치』(열림원, 2006)가 나왔다. 절판되었던 시집은 2015년 〈문학과지성 시인선 R 08〉로 재출간되었다. 시인은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문..

어느 별의 지옥

책이름 : 어느 별의 지옥지은이 : 김혜순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그곳, 불이 환한 / 그림자조차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 눈을 감고 있어도 환한 / 잠 속에서도 제 두개골 펄떡거리는 것이 / 보이는, 환한 / 그곳, 세계 제일의 창작소 / 끝없이 에피소드들이 한 두릅 썩은 조기처럼 / 엮어져 대못에 걸리는 / 그곳, / 두 뺨에 두 눈에 두 허벅지에 / 마구 떨어지는 말 발길처럼 / 스토리와 테마 들이 만들어져 떨어지는 / 그곳, / 밖에선 모두 칠흑처럼 불 끄고 숨죽였는데 / 나만 홀로 / 불 켠 조금만 상자처럼 / 환한 / 그곳, 첫 시 「그곳 1」(13쪽)의 전문이다. 시집은 「그곳」 연작시 여섯 편으로 시작되었다. 몇 년 묵혔다가 시집에 실린 「그곳」 연작시는 모두 일곱 편이었다. 두 번째 「시..

겨울밤 0시 5분

책이름 : 겨울밤 0시 5분지은이 : 황동규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2009년 봄 상재, 2014년 봄에 절판시킨 시집을 최소한의 손질과 함께, 그리고 매 꼭지마다 조그만 쪽지 하나씩을 붙여, 다시 내놓는다.나의 그 어는 책보다도 인고(忍苦)의 속내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삶을 사랑한다. 삶에 대한 애착을 줄이자.                                                                                                                                                                                  2015년 봄                                       ..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책이름 :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지은이 : 이수명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창비시선〉 〈문학동네시인선〉 〈민음의 시〉 〈실천시선〉 ······. 이 땅의 대표적 문학 출판사의 시집 시리즈다. 내가 시집을 손을 댄 연륜은 고작 7년여 밖에 안됐다. 욕심을 냈다. 책장 10여 칸에 250여 권의 시집이 자리를 잡았다. 나의 강박적 편집증은 마음에 드는 시집 시리즈를 이 빠진 구석 없이 손에 넣고 싶었다. 이름 난 문학지의 시선은 수백 권이 쌓였다. 언감생심이었다. 그때 〈문학과지성 시인선R〉이 눈에 뜨였다. 절판되거나 다른 이유로 독자의 눈에서 멀어졌던 시집을 재출간했다. 2012년 11월 30일 첫 권이 나온 이래, 현재까지 출간된 시집은 14권이다. ( )은 초판본의 출판사 이..

견딜 수 없네

책이름 : 견딜 수 없네지은이 : 정현종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 내 마음 더 여리어져 /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 9월도 시월도 / 견딜 수 없네. / 흘러가는 것들을 / 견딜 수 없네. / 사람의 일들 / 변화와 아픔들을 / 견딜 수 없네. / 있다가 없는 것 /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 그림자들 / 견딜 수 없네. /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2001년 제1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표제작 「견딜 수 없네」(32 ~ 33쪽)의 전문이다. 시집은 부 구분 없이 59편이 실렸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우찬제의 「어스름의 시학」이다. 아둔한 나는 ‘한국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