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화 화백 4

민중미술 박진화 화백을 아십니까 - 2

위 이미지는 스무날 전 오후 2시30분경에 잡은 이미지입니다. 삼보6호 2항차로 볼음도에 닿았습니다. 화백의 작업실 주변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고적했습니다. 출입문 손잡이를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클래식이 흘러나왔습니다. 현관 칸막이에 막혀 실내의 동향을 알 수 없었습니다. 화백은 오늘도 산책을 나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며 칸막이를 돌아섰습니다. 캔버스를 두 손으로 들고 벽으로 다가서는 화백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는 소리 없이 한 컷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칸막이를 손바닥으로 두서너 번 가볍게 내리치자 예의 악동 웃음을 지으며 화백이 뒤돌아섰습니다.불을 밝힌 풍로가 놓인 소파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화백은 머그컵에 약초달인 물을 가득 부어 내 앞에 내놓았습니다. 나는 연초 뉴욕의 ..

민중미술 박진화 화백을 아십니까

위 이미지는 한달 전 박진화 화백의 작업실에 들렀다가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손전화로 한 컷 담은 이미지입니다. 화백의 작업실은 볼음도 샘말에서 안말로 넘어가는 몇 필지의 논배미가 바다로 고개를 쑥 내민 얕은 둔덕에 자리 잡았습니다. 주문도에서 오후 2시 출항하는 객선을 타고 볼음도에 닿았으니, 3시경 무렵입니다. 출입문의 녹슨 열쇠가 꽂혀 있는 손잡이를 돌리자 클래식이 텅 빈 공간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빈 이젤과 마무리되어가는 대형 화폭이 벽에 기대었고, 석유풍로도 불을 밝힌 채 그대로입니다. 며칠 뒤 전화를 넣으니, 화백은 산책에 나섰다고 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둔감한 나는 화백께 물었습니다.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화읍 대산리에서 볼음도로 적을 옮기고 동네잔치를 여는 화백의 집들이에 소..

김남주 평전

책이름 : 김남주 평전 지은이 : 김삼웅 펴낸곳 : 꽃자리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 나는 자식 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 저만큼 고추밭에서 /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 보고 있었다 //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시인의 마지막 시 「추석 무렵」(19 - 20쪽)의 전문이다. 김남주(1946 - 1994) 시인이 저 세상으로 떠난 지 25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들 토일이가 어느새 이립(而立)..

그대라는 문장

책이름 : 그대라는 문장지은이 : 손세실리아펴낸곳 : 삶창 악양의 박남준, 제주의 김수열, 서산의 유용주, 밀양의 고증식, 남원의 복효근, 안동의 안상학, 지리산의 이원규, 거문도의 한창훈······ 등(96쪽) 시인이 직접 손꼽은 문단의 친구들이다. 분명 이들의 글 중에서 나는 카톨릭 영세명을 필명으로 쓰는 여성 시인을 처음 만났을 것이다. 올 여름 시인의 시집 두 권을 읽었다. 품절 딱지가 붙은 것을 알면서 슬며시 읍내서점에 부탁했는데 시인이 펴낸 시집과 산문집 모두를 손에 넣었다. 인연이 고맙다. 나는 사람과의 인연을 다룬 산문집에 끌렸다. 이문구의 『글밭을 일구는 사람들』, 이호철의 『문단골 사람들』, 윤중호의 『느리게 사는 사람들』, 유용주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그리고 『한창훈의 향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