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5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책이름 :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지은이 : 박철펴낸곳 : 창비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창비, 2018)는 시력 서른한해 째를 맞은 시인 박철(朴哲, 1960 - )의 아홉 번째 시집이었다. 나는 그동안 시인의 시집으로 『김포행 막차』(창작과비평사, 1990) / 『불을 지펴야겠다』(문학동네, 2009)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문학동네, 2001) . 소설집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실천문학사, 2006)를 잡았다.문학평론가 정홍수는 발문 「시라는 생업生業―화엄을 잃고 사랑의 길에서」에서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의 자리에서 그의 시는 부끄러움과 싸워왔던 것”(122쪽)으로, 시인 박형준은 표사에서 “우리 시대 사람살이와 가장 닮은 시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시집은 4부에..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책이름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지은이 : 박철 펴낸곳 : 문학동네 나의 뇌리에 시인 박. 철.(朴哲, 1960 - )이 각인된 것은 시인의 첫 시집 『김포행 막차』(창작과비평사, 1990) 때문이었다. 시집이 나온 지 15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어느 문학평론집에서 표제를 보았다. 까까머리 고교시절, 낭만적 객기의 분출구로 영등포 뒷골목을 헤매던 촌놈의 자화상을 떠올렸을 것이다. 비까번쩍하는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아래 값싼 희석식 소주에 취해 흐느적거렸다. 어쩔 수없이 '김포행 막차'를 타야했던 아련한 향수 때문이었을까. 어렵게 시집을 손에 넣었다. 시인은 1987년 『창비 1987』에 「김포 1」외 14편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나는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문학동네, 200..

불을 지펴야겠다

책이름 : 불을 지펴야겠다 지은이 : 박철 펴낸곳 : 문학동네 이 시집은 시인에게 2010년 제12회 백석문학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겨 주었다. 백석문학상은 '백석(白石)선생의 뛰어난 시적 업적을 기리고 그 순정한 문학정신을 오늘에 이어받기 위해' 자야(子夜 - 본명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에 제정었다. 이 문학상은 창비가 주관하며, 최근 2년 안에 출간된 뛰어난 시집에 주어진다. 도종환은 시인의 시를 '외롭고 가난하고 우수에 가득 차 있으며 거짖없는 솔직함이 있고, 잃어버린 순정함이 있으며 고요하고 쓸쓸하여 따듯하다'고 심사평에서 말했다. 나는 시상금 일천만원이 '아빠는 마음이 가난하여 평생 가난하였다'고 노래한 아빠 시인을 둔 엄마와 남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정말 잘된 일이라고..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

책이름 :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 지은이 : 박철 펴낸곳 : 실천문학사 이 소설집은 표제작인 중편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를 중심으로 앞뒤로 4편의 단편이 차례를 이룬 총 9편으로 구성되었다. 표제작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으나,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트기(혼혈 여성)를 호주에서 재회하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여자는 주한미군(흑인)과 양색시를 어머니로 두었는데, 당연히 이 땅의 성장과정은 정신적 상흔의 연속이었다. 작가는 한국의 순혈주의와 호주의 백호주의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드러낸다. 나는 여기서 이 땅의 비열한 양면성을 읽었다. 그렇게 반만년 단일민족의 우수성을 떠들더니, 슬그머니 언젠가부터 대중매체는 '다민족문화'의 다양성을 예찬한다. 하긴 3D 업종에..

김포행 막차

책이름 : 김포행 막차 지은이 : 박철 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시인 '박철'은 '창비 1987'에 '김포' 연작 시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한 지 20년이 되었다. '창비 1987'은 비정기 간행물로 무크지였다. 그러고보니 독재정권은 '분서(焚書)'를 일삼는 것이 주특기다. 박정희 정권은 사상계를 폐간했고, 전두환 정권은 '창작과 비평'을 폐간했다.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어쩔 수없이 무크지로 전환하여 게릴라식으로 간행되었고, 그 무크지로 등단한 시인의 작품 성향은 당연히 현실 참여(?) 시풍이 아니겠는가. 하긴 그 시절 진보적 문인들은 '창비'를 통해 배출되었고, '창비'라는 든든한 참호 속에서 군홧발 정권에 대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위에서 '그 시절 창비'라는 말은 틀렸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