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불을 지펴야겠다
지은이 : 박철
펴낸곳 : 문학동네
이 시집은 시인에게 2010년 제12회 백석문학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겨 주었다. 백석문학상은 '백석(白石)선생의 뛰어난 시적 업적을 기리고 그 순정한 문학정신을 오늘에 이어받기 위해' 자야(子夜 - 본명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에 제정었다. 이 문학상은 창비가 주관하며, 최근 2년 안에 출간된 뛰어난 시집에 주어진다. 도종환은 시인의 시를 '외롭고 가난하고 우수에 가득 차 있으며 거짖없는 솔직함이 있고, 잃어버린 순정함이 있으며 고요하고 쓸쓸하여 따듯하다'고 심사평에서 말했다. 나는 시상금 일천만원이 '아빠는 마음이 가난하여 평생 가난하였다'고 노래한 아빠 시인을 둔 엄마와 남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무슨 오피스텔 몇호가 아니라/어디 어디 원룸 몇층이 아니라/비 듣는 연립주택 지하 몇호가 아니라/저 별볓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허공의 햇살 속에 불멸의 외침 속에/당신의 속삭임 속에 다시 피는 꽃잎 속에/막차의 운전수 등 뒤에 임진강변 초병의 졸음 속에/참중나무 가지 끝에 광장의 입맞춤 속에/피뢰침의 뒷주머니에 등굣길 뽑기장수의 연탄불 속에/나의 작은 책상을 하나 놓아두어야겠다/지우개똥 수북이 주변은 너저분하고/나는 외롭게 긴 글을 한 편 써야겠다/세상의 그늘에 기름을 부어야겠다/불을 지펴야겠다
표제시 '불을 지펴야겠다'의 부분. 시인은 세상의 힘들고 지친 이들을 위해 불을 지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나는 온라인 서적에서 시집의 표지 이미지를 보고 쪼개진 장작의 나이테를 연상했다. 그리고 안방의 군불때는 아궁이에 쭈그리고 앉아 갖은 잡동사니에 불을 지피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백석의 모닥불 1연처럼.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어쨋든 전혀 연관없는 엉뚱한 연상이었으나 시인의 8번째 시집인 '불을 지펴야겠다'가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나는 작은 감사를 드린다. 그것은 시인의 고향이 김포라는 작은 인연 때문이다. 나의 블로그에 시인은 세번째 등장한다. 첫째가 처녀시집인 '김포행 막차', 둘째가 작가의 유일한 소설집인 '평행선은 록스에서 만난다' 그리고 시인의 가장 최근작인 이 시집이다. 그런데 좀 섭섭하다. '꿈의 불빛을 따라 김포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다. 시인은 '강 건너에서 고향 마을의 삶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먼 마을처럼 바라'보고 있다. 사족처럼 덧붙이고 싶은 것은 시 '종점다방'이다. 나는 시를 읊조리다 부리나케 작가의 소설집을 뒤적인다. 그렇다. 소설 '찍새'의 도입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