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지은이 : 정혜진
펴낸곳 : 녹색평론사
북다트로 표시한 쪽수를 펼친다.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 2007년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1위에 선정된 세계적 검색엔진 '구글'의 비공식적 모토다. 더욱 놀라운 것은 4천명 직원의 사내식당 '카페 150'의 음식 재료다. 화석연료를 덜 써 탄소배출량을 줄이려 지역농산물만으로 음식을 조리한다. 감동적이다. 역시 구글답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거대기업은 단기간의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그룹 이미지와 경쟁적 위치를 스스로 파괴'하기까지 한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의 덩치는 대단하다. 5대 재벌(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의 GDP 대비 자산집중도는 2009년 48.76% 이었다. 더군다나 삼성이 5대 그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기준 자산 54.40%, 부채 57.76%, 자본 47.74%, 매출액 41.86%, 당기 순이익 63.31%로 나머지 4개 그룹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경제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은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삼성은 뒷구멍으로 온갖 사악한 짖은 다하고 있다. 덩치만 글로벌 기업이지 하는 짖은 중세적 노동탄압을 고수하고 있다. 자기 딴에는 80년대부터 고수해 온 무노조 경영방침을 '신화'라 자부한다. 삼성은 재벌 이상의 재벌로 황제적 경영의 폐해가 온 나라에 썩은 고름처럼 악취를 풍긴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박지연(23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8번째 희생자다. 벤젠이 검출되었는데도 투명한 역학조사를 통한 진실규명보다, 유족과 피해노동자들이 돈을 목적으로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매도해 온 것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의 본질'인 것이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짖이 없는 무소불위의 거대한 자본 앞에 대한민국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삼성이 개혁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사정이 이런대 삼성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착한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저자의 초지일관 긍정적인 시각을 접하면서 비관적인 나는 삼성의 악랄한 노동착취를 떠올렸다.
지금 인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오일피크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앞에 직면해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패널)는 2007년에 지구를 구할 시간이 8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즉 2015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이 발간된 2007년은 인류 역사상 도시민이 농촌인구를 앞지른 해이기도 하다. 지구 표면의 2%을 소유한 도시가 자원의 75%를 소비하고 있다. 그러기에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저자는 삶의 방식이 변화하는 도시를 지목한다. 여기서 '착한 도시'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하게 줄여나가는 도시'를 말한다. IPCC가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책임을 명확히 하기까지 걸린 13년(1988 - 2001년)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EU는 1.6%, 미국은 19.8% 증가한 반면 한국은 104.6%나 증가했다. 탄소감축의 강제 이행이 눈앞인데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토건족이 정권까지 장악한 이 땅의 롤모델은 미국식 생활양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전세계 인구의 4.6%가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4.2%,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1.4%를 차지한다. 배울 것을 배우고, 따라갈 것을 따라가라. 한국의 1인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3,000톤으로 지구 평균치의 두배나 된다. 인류의 멸종이라는 대재앙에 지나친 공헌(?)을 하고 있다. '착한 도시'는 '착한 기업'과 '착한 시민'들이 일군다. 하지만 '도시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인구폭팔, 실업, 교통전쟁, 슬럼화로 인간이 만든 도시에서 인간은 더욱 소외될 것이다. 암울하다. 내가 보기에 '착한 도시'가 인류를 구할 것이라는 기대는 말그대로 희망사항이 되기 쉽상이다. 현실은 인류의 공멸이라는 '예정된 운명'으로 가는 지름길에 '악한 도시'가 고삐를 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