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책이름 :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지은이 : 김하돈 펴낸곳 : 호미 제천 천등산 박달재에 내가 책으로나마 접하는 세 분이 살고 있다.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최성현, 판화가 이철수, 시인이며 환경운동가인 김하돈. ‘십 년 전, 백두대간 고개 기행을 할 때도 그랬다.’ 머리말의 한 단락이다. 그렇다. 1999년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를 만나면서 시인을 알게 되었다. 책은 백두대간의 열다섯 고개에 얽힌 옛 사연과 이름의 유래를 정성껏 기록한 답사기의 백미였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00km를 발에 물을 묻히지 않고 걸을 수 있다는 거대한 산줄기를 이름 하는 백두대간. 나는 그 개념을 남들보다 빨리 받아 들였다. 조석필이 지은 ‘사람과 산’에서 출간된 ‘산경표를..

천왕봉이 지켜보는 여정 - 1

지리산은 한자로 智異山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서 전남, 전북, 경남 3개도의 남원, 구례, 하동, 함양, 산청 5개군에 걸쳐 그 둘레는 8백여리에 달하고, 1억3천만평의 넓이를 차지하고 있는 산세의 웅장함은 곧잘 어머니의 품으로 비유된다. 장대한 산줄기는 15개의 계곡을 품어 크게 두 갈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만들어 하나는 경호강, 남강으로 낙동강에 흘러들고, 다른 하나는 섬진강을 만든다. 조선의 실학자 청화산인(靑華山人)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지리산을 "백두산의 큰 줄기가 다한 곳으로 두류산이라고도 했는데 세상에서는 금강산을 봉래, 한라산을 영주, 지리산을 방장이라 하여 삼신산으로 불렀다."고 소개했다. 또한 "병란, 재화, 생사를 다스리는 신령스런 별인 태을성이 사는 곳으로 여러 신선들이 모여있..

푸른 매화를 보러 가다

책이름 : 푸른 매화를 보러 가다지은이 : 김하돈펴낸곳 : 들녘 시인 김하돈은 시집이 없다. 아니 저자에 대한 나의 과문인지도 모르겠다. 시집을 내었으나 품절이나 절판이 되어 나의 아둔한 신경망을 빠져 나갔는지도 모른다. 주말에 책씻이를 하고 저자의 프로필을 뒤적이고, 구글에 들어가 웹문서를 검색해도 지은이의 시집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런데 김하돈이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시인이라는 접두사가 붙어있다. 확실하다. 저자는 시로 문단에 등단했다. 하지만 아직 첫 시집을 내지 못한 것이다. 무슨 사연이 숨어 있을까. 나는 시인의 책을 두 권 째 잡았다. 거의 10년 전인 99년 2월 실천문학사에서 간행한 기행산문집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를 잡고, 뒤늦게 두 번째 산문집을 펼친 것이다. '작가의 말'..

산천을 닮은 사람들

책이름 : 산천을 닮은 사람들지은이 : 고은외그린이 : 김정헌외펴낸곳 : 효형출판 보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삼우제를 지낸 한적한 늦가을 오후, 마음이 허해진 나는 책장을 둘러 보았다. 손에 잡던 책들은 외딴 섬에 있는지라, 책장에는 삼년 전에 읽었던 책들이 꽂혀 있었다. 아무 책이나 꺼내 갈피를 뒤적이다가, 화가 김정헌의 ' 백두산을 지키는 김씨'라는 도판이 눈에 들어와 10여년 만에 다시 '산천을 닮은 사람들'을 손에 잡았다. 백두산이 엷은 푸른색으로 배경에 자리잡고, 정면 중앙에 흙색의 굵은 선으로 삽자루를 움켜쥔 농부가 그려진 그림이다. 한평생을 농투성이로 살아온 아버님이 연상되었을까. 아니면 '땅이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든다.'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철학을 떠올리며 다시 그 산천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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