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3

가무락 맑은탕이 밥상에 오르려면

아침부터 날씨가 고약했다. 섬의 봄 날씨는 변덕이 유달랐다. 강풍으로 풍랑이 심했다. 용케 아침 7시 주문도 느리항 1항차 삼보12호가 출항했다. 섬에 더불어 진군한 안개와 황사로 대기가 뿌옇다. 빗줄기마저 오락가락했다. 2항차 11시배는 결항되었다. 점심이 지나면서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다. 몸에 밴 낮잠에서 깨어났다. 바지락 채취를 할지도 모르겠다. 감나무집 형수가 며칠 전부터 갯벌 일을 나간다는 소식을 어머니한테 들었다. 앞장술 해변으로 향했다. ‘장술’은 모래가 쌓여 백사장이 길어 파도를 막아 주는 언덕이라는 뜻이었다. 주문도 큰마을 진말의 앞뒤 해변의 이름이 앞장술, 뒷장술이었다. 마침 ‘박사장’이 제방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섬에서 평판이 좋은 양반이었다. 주문도에서..

바다를 여는 사람들

푸른 여명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다. 물때는 여섯 물이었다. 조개잡이에 나선 대빈창 주민 네 분이 모래밭에서 갯벌로 발을 옮겼다. 그때 경운기 한 대가 뒤따랐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 경운기 적재함에 올라탔다. 경운기는 노둣길을 따라 왼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멀리 무인도 분지도 구역에 들어설 것이다. 직선거리 1.5㎞의 갯벌을 걷는 일은 고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갯벌의 이동수단 경운기를 모는 분은 두세 명이었다. 주민들은 포터 또는 사륜오토바이를 끌고 물때에 맞춰 나왔다. 바위벼랑 나무테크 계단 공터에 주차하고 맨몸으로 갯벌에 들어갔다. 낡은 배낭이 등에 매달렸고, 손에 그레・호미가 쥐어졌다. 무릎장화를 신었다. 토시로 팔목을 묶었다. 챙이 긴 모자로 햇빛을 가렸다. 백합은 이매패류二枚貝類 연체동..

대빈창의 일몰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입니다. 저는 서둘러 대빈창으로 향했습니다. 1년 중 낮이 가장 짧은지라 해가 급하게 지는 것 같았습니다. 갯벌을 어둡게 물들이면서 한해의 가장 짧은 해가 수평선 너머로 지고 있었습니다. 아! 수평선이 아닙니다. 지평선입니다. 이미지는 수평선으로 보이지만 실은 광활한 갯벌입니다. 지평선에 자리 잡은 무인도 분지도로 알 수 있습니다. 갯벌 끝 왼편으로 해를 등지고 노을 아래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는 섬입니다. 강화문화원에서 펴낸 ‘江華史(강화사)’의 부록으로 나온 ‘江都地名考(강도지명고)’를 펼칩니다. 中國大陸과의 交易이 있었을 때 西海寄港地가 이곳인가 하는데 옛날에는 첨사진(僉使鎭)(武官萬戶格)를 두었고 이곳은 宋, 明나라 使臣들이 寄着하였던 곳이라 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