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날씨가 고약했다. 섬의 봄 날씨는 변덕이 유달랐다. 강풍으로 풍랑이 심했다. 용케 아침 7시 주문도 느리항 1항차 삼보12호가 출항했다. 섬에 더불어 진군한 안개와 황사로 대기가 뿌옇다. 빗줄기마저 오락가락했다. 2항차 11시배는 결항되었다. 점심이 지나면서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다. 몸에 밴 낮잠에서 깨어났다. 바지락 채취를 할지도 모르겠다. 감나무집 형수가 며칠 전부터 갯벌 일을 나간다는 소식을 어머니한테 들었다. 앞장술 해변으로 향했다. ‘장술’은 모래가 쌓여 백사장이 길어 파도를 막아 주는 언덕이라는 뜻이었다. 주문도 큰마을 진말의 앞뒤 해변의 이름이 앞장술, 뒷장술이었다. 마침 ‘박사장’이 제방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섬에서 평판이 좋은 양반이었다. 주문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