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대빈창 2008. 7. 22. 09:06

 

 

책이름 :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지은이 : 김병종

펴낸곳 : 랜덤하우스코리아

 

문(文)과 화(畵)에 뛰어난 우리 시대의 환쟁이를 손꼽으라면 나는 군소리 없이 한국화가로 이호신을, 서양화가는 김병종을 들겠다.이호신은 앞서 '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의 저자이고, 김병종은 '화첩기행' 시리즈의 지은이다. 두 화가는 여러모로 대비되는데 무엇보다도 화가로서 명성을 얻기까지의 성장 배경이 눈길을 끈다. 이호신은 자수성가형이다. 어릴 적부터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가정 형편으로 제대로 된 그림수업을 받지 못했다. 학력이래야 고작 정규 대학과정을 밟지 못하고 대학원을 수료한 것이 전부다. 간판을 따러 대학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굴절된 학벌제일주의가 팽배한 한국에서 화가의 피눈물나는 성장통이 눈에 선하다. 반면 김병종은 이 땅의 엘리트 코스를 정석대로 밟아 현재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청 시절이었던 대학생 때 일찌감치 신춘문예로 문단에 등단한 전력이 말해주듯 글에도 일찍 눈을 떴다. 성장 과정에서 드러나듯 이호신의 글은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세계를 모색하고, 우리 삶의 근원과 정체성을 찾는 작업에 매진한다. 반면 김병종의 글은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과 풍성한 예술적 상상력을 자랑한다. 

표제 그대로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은 화가가 쿠바,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칠레라는 라틴아메리카 6개국을 여행하면서 받은 감동과 여운을 담은 라틴문화예술기행이다. 저자는 남미의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무용을 비롯한 문화예술과 사회 전반을 넘나들며 유려한 필체와 83점의 매혹적인 그림을 곁들여 독자의 눈을 사로 잡는다. '화첩기행 1 - 예의 길을 가다'가 출간된 지 10여 년이 된다. 이 책은 시리즈 다섯번째가 된다. 네번째까지는 한평생 삶의 열정을 예술 혼에 녹인 이 땅의 예인들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권부터 저자는 해외로 발길을 돌린다. 시리즈는 열권을 예정하고 있다니, 저자의 해외로 향하는 발길은 더욱 바빠질 것이다. 4권까지는 '효형출판'에서 출간되었는데, 이번 권은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펴냈다. 출판계도 신자유주의가 강제하는 양극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틴아메리카는 식민의 상처와 이민의 애환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강제 이식된 근대화라는 폭력은 민중의 한을 혁명으로 승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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