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스타일
지은이 : 백영옥
펴낸곳 : 예담
장편소설 '미실', '아내가 결혼했다', '슬롯', '스타일'의 공통분모는? 바로 1억원고료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이다. 1, 2회 수상자는 김별아와 박현욱으로 기성작가였다. 하지만 3회 수상자는 신인인 신경진이 차지했다. '슬롯'으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것이다. 2008년 4회 수상자인 백영옥은 기성작가라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신인이라 부르기에도 어정쩡하다. 그것은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륜이 짧아 아직 소설집을 출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면에 발표된 작품은 5편이라 한다. 조만간 소설모음집이 독자를 찾으리라. 작가는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라는 산문집을 먼저 출간했다. 언젠가 작가 천명관을 소개하면서 장편소설 '고래'가 먼저 나왔고, 뒤이어 모음집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출간된 것을 얘기했다. 아마! 백영옥도 같은 길을 걸으리라. 백영옥은 필명이다. 작품을 응모하면서 조카의 이름을 빌렸다고 한다. 올해 장편소설문학상 수상작들의 경향은 칙릿(chick-lit) 바람이 거셌다. 칙릿은 젊은 여성을 뜻하는 속어 'chick'과 문학 'literature'가 결합한 신조어다. 즉 젊은 도시 여성들의 일과 연애, 취향을 다룬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타일'은 출간되자마자 소설부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3월에 출간되고 현재까지. 그리고 벌써 10만부 이상이 팔렸다. 또한 SBS에서 드라마 제작까지 결정되었다. 한마디로 파죽지세다. 그렇다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느 이의 말대로 이 작품에 쏟아진 비판들은 우리 문학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제 한국문학도 순문학과 대중문학이나 장르문학이 구별되지않는 단계에 돌입한 것일까. 일본소설이 점령한 이 땅의 독서풍토가 말해주듯 이제 소설은 간단하게 '재미있는 소설과 재미없는 소설'로 구분해야만 하는가. '스타일'이 독자에게 열광적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이야기의 재미, 쾌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인가. 일면은 맞는 소리다. 하지만 본질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해서 '시장 논리에 의한, 즉 자본의 문학 지배'다. 자본력이 있는 출판사, 언론사가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20 ~ 30대 여성들의 독서소비층을 끌어 들이면 문학적 이윤을 낼수 있다는 상업적 이유다. 이것이 바로 요즘 우리 문단의 칙릿바람인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하나같이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고 들여다보기를 열망하는 음식, 패션, 섹스 등의 세계를 매우 역동적이고 수다스럽게, 대단히 잘 읽히는 문체로 그려낸 재기발랄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피상성, 깊이 없음을 쿨하게 잘 형상화'했다고 의례(?)적인 찬사를 보낸다. 그렇다. 솔직해야 한다. 지식인으로서의 역사적 책무같은 낡은 문학적 엄숙주의에 짖눌린 이 땅의 문학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 솔직(?)하게 가진 자의 품안에서 노는 것이 편하다고.누군가 말했다. '진리는 쉽다.'고. 문학상을 주관하는 세계일보사의 실질적 보스인 문선명은 미국 극우주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거금을 기부하고 있다. 극우성향의 대자본인 가진 자가 흘리는 악어의 눈물(!)인가. 하긴 할말은 있다. 문학은 문학이고, 자본은 자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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