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지은이 : 홍세화
펴낸곳 : 한겨레출판
표지 도안은 흘러가는 강물을 나타냈다. 수채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섬들이 떠있다. 하늘의 구름이 강물에 드리운 것인지 물결의 흐름인 지 푸른색의 톤에 변화가 보인다. 햇빛을 받아 일렁이는 물비늘처럼 프랑스어와 한글이 반짝인다. 그림이 그려진 바탕 위에 흡사 타자기로 찍어낸 듯 하다. 책씻이를 한 후 표지 이미지를 자세히 보니, 쎄느강은 맑고 푸르러 파리 시민들은 발을 담그며 마음껏 물놀이를 하는 반면 한강은 탁하다 못해 썩어 건강한 사람들마저 병들어가고 있다. 여기서 내가 들여다 본 강물은 '사회정의'다. 즉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가 똘레랑스에 대한 얘기라면 오늘의 책은 '사회정의'가 화두다. 나는 글쓴이의 책을 두 권 째 잡았는데 모두 개정판이다. '99년 초판 발행, 2007년 43쇄 발행, 2008년 개정판 1쇄 발행. 9년만에 다시 세상에 새롭게 얼굴을 내민 이 책은 한국사회에 대한 저자의 대사회적 발언의 서두다. 부제 '프랑스라는 거울을 통해 본 한국사회의 초상'이 말해주듯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하여, 지금의 이 땅이 보다 더 진보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한 애정이 스며있다. 내가 처음 잡은 저자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는 파리의 망명객으로서 20년간 택시운전사로 호구지책을 삼았던 어려웠던 시절을 그린 에세이였다. 두 권 모두 쉽지않은 사회비판 에세이로 수십만 권의 판매부수를 올렸다. 순진한 나는 여기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읽는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었는데, 지은이는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하면서 이 땅의 일상을 비롯해 정치, 경제 영역에서 좀더 진보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애정어린 고언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물론 나도 이 땅에서 성장하였기에 저자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한다. 그것은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라는 칼 마르크스의 명제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럼 극우에게도 똘레랑스가 필요한가. 저자는 단호하다. 극우는 극단주의의 하나이기 때문에 항상 앵똘레랑스(똘레랑스의 반대말)를 불러오므로 그들에게 똘레랑스를 보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은이는 코를 싸잡아도 악취를 풍기는 한국사회의 병리적 증상을 세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공격성마저 띤 뻔뻔스러움. 둘째, 약삭빠른 냉소. 셋째, 절망과 체념의 신음소리. 여기서 첫째는 기득권층, 둘째는 기회주의자, 셋째는 민중의 병적 상태을 말한다. '말이 곧 실천이다'라는 레닌의 명제를 가슴속에 품은 사람들이라면 의당 홍세화의 저작을 읽을 것이다. 그만큼 사회의식이 성숙되었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려는 실천력이 담보되었기에 우리 사회의 희망을 나는 읽었던 것이다. 그 희망은 탁하고 썩었던 한강이 맑고 깨끗한 쎄느강처럼 굽이굽이 '사회정의'라는 물결이 강물을 이루어 흐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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