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장진 희곡집

대빈창 2008. 6. 19. 17:15

 

 

 

책이름 : 장진 희곡집

지은이 : 장진

펴낸곳 : 열음사

 

십여 년만에 희곡집을 잡았다. 그것도 한 작가의 작품집으로. 나는 책을 즐겨 잡지만 문학 장르에서 희곡과 시나리오는 그중 거리가 가장 멀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도 나와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벼운 읽을거리로 산문집을 잡거나, 더 나아가 소설이나 시집이다. 기억도 가물거리는 내가 잡았던 희곡집은 흥미가 끌렸다기 보다는  편집증적 기질에서 손에 넣은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신춘문예당선작품집을 연례행사처럼 연초에 읽는 재미에 빠졌다. 그리고 책씻이한 아쉬움에 두세 차례 희곡당선작품집을 잡았지만, 별로 흥미를 느낄수가 없었다. 아니 그만큼 자신이 희곡에 대한 기초지식 부족으로 재미를 느낄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고작 연극평론가 안치운의 저작을 구입했지만, '옛길'같은 외도(?)성의 답사기였다. 그런데 어쩌자고  나는 희곡집을 구입한 것일까. 나는 대중매체와는 거리가 먼 생활습관에 익숙하다. 또한 나는 연극이나 영화와는 동떨어진 문화생활을 영위한다. 손 가까운 곳에 읽을거리가 없으면 불안증세를 보이는 '활자중독자'로 초지일관 책을 손에 가까이 하는 것으로 나의 유일한 문화(?) 생활을 만끽한다. 하지만 식사 때마다 켜진 TV에 눈길을 주다, 요즘 잘 나가는 연출가 겸 영화감독인 장진의 이름이 무의식속에 입력되었을 것이다. 겉표지에 저자의 클로즈업된 사진과 카피문구가 눈길을 끈다. '광대 몇 명만 있다면, 난 다시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어쩌면 건방지기 짝이 없는 소리다. 그럼 이 땅에는 쓸만한 연극배우가 없다는 소리인가. 그래서 지금은 희곡 창작에서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연극배우들이 소화하는데 애를 먹는가? 연극 한 편 관람한 적 없는 문외한이지만, 시건방(?)진 작품을 눈동냥이나마 해야만 요즘 연극판 돌아가는 형세에 말 동냥이나마 꼽사리를 낄 것이 아닌가. 시장바구니에 덜컥 던져 버렸다. 아! 그런데 나는 장진의 희곡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희곡집에는 모두 5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희곡 속 인물들은 극히 수다스러운 말들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나타낸다. 이런 수다스러움은 작품을 문학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작중인물들은 덕배, 달수, 화이라는 동일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역할은 제 각각이다. 장진은 71년생으로 '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천호동 구 사거리'가 당선되어 연극 활동을 시작한다. 독자들에게는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영화의 각본과 연출가로 더욱 알려져 있지만, 그의 본령은 연극무대다. 희곡에 새로운 재미를 느낀 나는 장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희곡은 연극의 대본이고, 시나리오는 영화의 대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