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발바닥 내 발바닥
지은이 : 김곰치
펴낸곳 : 녹색평론사
표제 - 발바닥 내 발바닥, 지은이 - 김곰치. 참! 기묘한 책이름과 거기에 걸맞는 사람 이름인 것 같다. 출판사가 '녹색평론사'이니 분명 책의 내용은 환경생태 관련 분야임에 틀림없다. 김곰치는 소설가다. 아버지가 아무리 만취 상태일지라도 아들의 이름을 이렇게 작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필명이다. 본명은 조경태다. 그의 등단작인 '푸른 제설차의 꿈'을 '95년에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 어릴 적 별명을 필명으로 쓴 것이다. 작가는 '99년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로 제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경남 김해에서 출생하고 부산에서 자라, 또래집단에서 눈에 익은 바다고기로 별명이 지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 작가는 자신의 필명에 무슨 의미를 부여했을까. 곰치는 '심심한 상놈의 삶'을 살았다고 상상하기애 '문자로부터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 민중과 예술의 모순을 부수는 작가'가 되리라고 다짐한다. 또한 동해의 물고기로 '약동하는 생명의 존재'이므로 '자본주의 문명의 질주'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천성을 지녔다고 그럴듯하게 자신의 문학관을 피력했다. 표제인 '발바닥 내 발바닥'은 작가의 '삶의 구호'다. 발바닥으로 글을 쓰며 기도하는 활동가라고 할 수 있는 작가는 삶의 마지막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구와 내 몸은 평행이 되고 평생 평행이자 접면이었던 나의 발바닥은 지구와 직각이 되었다. 발바닥, 내 발바닥, 내 삶은 다른 게 아니었다.'고
이 책은 '르포·산문집'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한데 엮여졌다. 글은 여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의 공통점을 찾자면 '환경·생태·생명'에 관한 글이라는 점이다. 책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글 중의 알짜배기는 1부에 실린 4편의 르포다. 카지노 산업에 목줄을 맨 강원도 사북·고한·태백의 폐광촌을 다룬 '기억을 향한 투쟁'과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사패산 터널공사 반대투쟁 '생명의 대안은 없다' 그리고 새만금 갯벌 매립 반대투쟁 르포 2편 '새만금에 망가지는 삶과 꿈'과 '새만금예수님을 죽이지 마라'다.
일본의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문학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 말은 근대 사회의 인식론적·도덕적 기능을 떠맡았던 소설이 협소한 형식 속에 안주한 오락물로 전락된 것을 말한다. 즉 소설의 앞날에 대한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진단이다. 그렇다면 소설이 비판적 정치 기능을 상실한데서 오는 문학위기를 한국의 작가들은 어떻게 돌파하고 있는가. 오수연은 이라크 반전운동을 펼치고, 최성각은 환경생태 운동에 헌신하고, 방현석과 전성태는 베트남과 몽골 작가들과 연대를 기획한 구체적인 사회운동과의 접맥을 모색하고 있다. '녹색평론'의 발행인지자 편집인이 김종철은 추천평에서 작가를 이렇게 추켜세웠다. '세계화의 지배논리를 뿌리로부터 거부하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범이다. 그 가능성을 우리의 소설가 김곰치에게서 여러 해 동안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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