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녹색평론 통권 100호
엮은이 : 녹색평론 편집부
펴낸곳 : 녹색평론사
'달려라 냇물아'를 읽고 나는 자신과 두 가지 약속을 했었다. 이번 글은 그 약속을 지켜 나가겠다는 다짐의 글이기도 하다. 작년 11월부터 나는 한 환경단체에 적은 액수나마 지속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약속 한가지는 '녹색평론'의 정기구독이었다. 녹색평론이 대견하게도 통권 100호를 발간했다. 격월간 환경생태 전문잡지로 '91년 11월에 창간됐다. 그것도 자랑스럽게 이 땅의 출판문화의 극단적인 중앙집중화 현상을 이겨내고 대구에서 책을 펴낸다. 그것은 전적으로 창간부터 현재까지 발행인과 편집인이라는 중책을 두 어깨에 짊어진 영남대 교수 김종철의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책임과 의무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 잡지가 언제까지 명맥을 이어나갈지 궁금했다. 환경생태에 대한 인식이 척박하다 못해 아예 사막화된 이 땅에서 그래도 찾는 이가 있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언 스무 살을 바라보는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주었다. 오륙년 전부터 '녹색평론'을 손 가까이 두고 싶었는데, 결단력(?)이 부족한 나의 우유부단으로 말미암아 이제야 책을 손에넣게 되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니, 나의 삶에서 정기구독한 잡지는 3개였다. 그 시기의 가치관의 반영으로 봐도 무방하다. 학창시절의 '창비'와 공장노동자 시절의 '길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2000년 1월부터 현재까지 구독하고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이라 NG)이다. NG와 녹색평론은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NG는 월간지이고, 녹색평론은 격월간지다. 전자는 세계 최대의 비영리 단체로 지구촌 전체의 독자를 아우르지만, 후자는 이 땅과 해외동포에 국한한다. 또한 NG는 최고급의 종이에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들의 예술사진이 실리지만, 녹색평론은 누리끼리한 재생지에 활자만 빽빽하다. 당연히 가격에서 차이가 엄청나다. 그동안 NG를 구독하면서 연말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마케팅 부서의 협박성 아부에 손을 들고 말았다. 덧붙이자면 나의 천박한 과시욕도 한몫했다. 이제야 녹색평론을 책씻이하고나니,올 연말 걸려 올 아부(?)를 일도에 양단 내겠다는 결의가 샘솟는다.
나의 이 결단(?)을 부추켜 준 이가 바로 환경운동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가 최성각이다. 작가는 '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잠자는 불'로 등단한다. 광산촌을 배경으로 고통스런 삶속에서도 각성하는 인간을 그린 것으로 기억된다. 등단작을 표제로 삼은 소설집을 잡았지만, 나의 기억에서 작가는 이내 망각되었다. 그리고 15여년이 흐른 뒤 환경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전문출판사를 검색하던 중 작가의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라는 문고판 소설집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환경생태 분야의 엽편소설 모음집이었다. 나는 부리나케 또다른 소설집 '택시 드라이버'도 구매했다. 작가는 강단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소설을 구상하는 생업을 팽개치고, 터무니없이 가혹한 린치에 신음하는 이땅의 현장에 올곧게 서있었다. 그리고 작년 말 환경생태 산문집 '달려라 냇물아'를 출간했다.
나는 생각한다. 자연으로 돌아갈때까지 '녹색평론'을 손 가까이에 두고 생태주의 삶을 위한 경주에 나설 것을. 그리고 미약한 힘이나마 손을 내 뻗을 것을. 언젠가 나는 물신주의에 휘둘리는 이 땅의 몰골을 이렇게 표현했다. '돈이라면 염라대왕 금이빨이라도 빼올 것이라고' 씁쓸한 얘기로 마감해야 겠다. 환경생태 도서의 바이블 '오래된 미래'는 한국 생태운동의 상징어다. 그런데 극우언론의 대명사 '중앙일보' 산하의 '중앙부스'에서 '공식 한국어판'이라는 이름으로 꽤 부피가 큰 하드커버로 된 새책이 얼마전 출간됐다. '공식(?) 한국어판'은 뻔뻔스럽게도 - 하긴 그들의 속물적 특성이지만,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개발의 기치를 든 대자본이 소유한 출판사가 환경생태서를 발간한 것이다. 그들의 후안무치가 문제인가. 아니면 돈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덤벼드는 밴댕이 속을 탓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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