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바우 올림

대빈창 2008. 5. 31. 17:06

 

 

책이름 : 바우 올림

지은이 : 황대권

펴낸곳 : 시골생활

 

'바우 황대권의 세번째 옥중서간!' 그렇다. '야생초 편지'와 '빠꾸와 오라이'는 누이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서간집이고, 이 책은  저자의 신앙의 거울이자 멘토였던 디냐 자매님께 10여년 동안 보냈던 편지를 묶은 서간집이다. 그리고 저자는 출옥하여 생명평화결사운동을 펼치면서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를 선보였고, '황대권의 유럽인권기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책도 있다. '바우 올림'이라는 표제가 특이하다. 여기서 '바우'는 우리나라 초창기 천주교 전래 과정에서 순교한 103위 성인 중 한분인 유대철 베드로의 이름을 저자 스스로 우리말로 바꾸어 '바우'라고 호칭한데서 이른다.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문에도 굴하지않고 신앙을 고백하다가 옥졸의 손에 목졸려 죽은 소년 유대철의 순교. 저자는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60일간의 악명높은 고문으로 지옥을 체험한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상처로 인한 고문 후휴증과 무기형 선고로 망신창이가 된 젊은 영혼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소년 순교자를 영원한 사표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올림'은 편지 겉봉투의 발신자 명 뒤에나, 내용 글의 맨 뒤에 붙이는 수신자에 대한 공경어다.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면서 지은이는 신앙고백 하듯이 편지를 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쓴다. '디냐 자매님이 없었다면 바우 황대권의 신앙생활도 없었다'고. 투옥된 이듬해 안동교도소로 이감되면서 저자는 운명처럼 이 서간집의 주인공인 디냐 자매님을 만나 10여 년간 신앙생활을 고백하는 편지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소내 공소 활동과 미사를 통해 자매님의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받았다. 신앙생활을 통한 양심수 후원활동인 것이다.

이 책에는 봉건시대의 유물인 가부장주의가 팽배한 이 땅에서 그것도 대가족의 맏며느리로서 세상일에 숙맥인 어머니의 변화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유학중 방학을 맞아 귀국한 아들이 청천날벼락처럼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투옥되자, 어머니는 자식을 살려야 된다는 일념으로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활동을 하며 '민주투사'로 변신한다. 이 책에서 나의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문 단락은 '미래의 교회'였다. 저자의 생각을 들어보자. 기독교는 극단적인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무수한 순교자를 배출하면서 거대조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믿음이 조직화되면 그 순간부터 본래의 가치가 변질된다.' 달이 차면 기울 듯 새로운 시대는 조직의 해체가 대세다. 그것은 대중 교화를 위해 만들어진 거대 교회는 신자 대중이 늘어날수록 신앙의 본질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미래의 교회는 개인과 작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각 공동체들이 유기적 연대를 가지는 구조로 짜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대형교회 신자들을 위해 노파심에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볼 것이 아니라, 밤하늘의 달을 보기'를. 

 

ps. 망할 놈의 세월(?) 때문인 지, 요즘 들어 주위에서 '예수 믿으라'고. 더욱 악다구니질이 심하다. 하지만 예수와는 거리가 먼 나같은 믿음이 없는 미천한 자도 이런 생각은 갖고 있다. '예수를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실천적 삶을 어떻게 자신에게 내면화 시킬 것인 지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