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지은이 : 김진송
펴낸곳 : 시골생활
책 앞날개를 펼치니, 목수 일을 시작한지 10년 밖에 안된 저자 말대로 초보목수이지만, 그 내공은 보통을 넘는다. 목수 김진송의 그동안의 저작물을 보자. 현대문화에 대한 글로는 '현대성의 형성 -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장미와 씨날코'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와 현대문명에 대한 책으로 '인간과 사물의 기원'이 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미술작가론으로 '이쾌대'와 '목수, 화가에게 말걸다' 그리고 목물을 다루는 목수로서 '나무로 깍은 책벌레'를 펴냈다. 여섯 번이나 '목수김씨전'이라는 개인전시회를 열었다. 저자는 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했고, 목수일 전에 평론,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했다. 이러한 내공의 소유자 이기에 작업실을 찾아 온 학생과의 논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공예나 조각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고작해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디자인 스케치를 교수에게 검사받고, 제일 좋은 수입목으로 줄기차게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반년을 보낸다. 그렇다고 칠을 할 시간도 없어 그라인딩된 작품을 제출한다. 그런데 초보(?) 목수는 나무의 생김새를 보고 쓰임과 용도를 결정한다. 그러기에 디자인은 단지 재료와 용도를 연결시켜 주는 절차 밖에 안된다. 지은이는 '지식이란 체계와 구조에 의해 축적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집에 두고 온 새 그물보다 배에 가져 온 엉성한 그물을 백번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어부의 심성과 맞닿아 있다. 목수 김씨의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손길에 태어난 목물들은 공산품에서 느껴지는 획일화가 주는 차가움을 이겨낸다. 마지막 책장은 이 책에 실린 모든 작품들이 큰 브로마이드에 실려있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따듯해지고 푸근해진다. 공산품이라는 말은 규격화된 기계화의 다른 말에 다름 아니다. 단순미가 주는 고졸함이 묻어난 작품에서 나는 '버드나무 스탠드'를 갖고 싶다. 긴 겨울밤 어둠의 알갱이를 간신히 비껴내는 스탠드의 불빛에 나의 책읽기도 한결 운치가 느껴질 것 같다.
운이 좋았다. 이 책은 저자의 '목수일기'의 개정판이다. 우연히 공예 분야를 검색하다, 책이 절판된 것에 아쉬움을 가졌는데, 다행히 개정판을 손에 넣게 되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올바른 영혼의 소유자라면 이 땅의 미친 건설·토목 삽질에 환장할 지경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단 하루도 굴삭기 삽날이 멈추어지는 날이 없다. 이것이 바로 개발이고 발전이다. 심지어는 아름다움을 그 곳에서 찾는 도착증 환자가 바로 이웃들이다. 저자는 낮은 목소리로 우리 사회의 천박한 자연관을 얘기한다. '처음부터 자연은 없었다. 자연이란 우리에게 언제든 개발과 도시가 되기 위해 남겨진 지역의 다른 말이다. 자연은 도시를 위해 유보된 공간일 뿐이다. 시골이나 자연은 우리에게 미개발의 열등한 공간일 뿐이다. 그런 사회에서 숲과 자연과 나무와 꽃을 말하는 일조차 우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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