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이상문학상 작품집 두 권

대빈창 2008. 4. 28. 19:43

 

책이름 : 천사는 여기 머문다 / 사랑을 믿다

지은이 : 전경린외 / 권여선외

펴낸곳 : 문학사상사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출간된지도 어느덧 30회를 넘어서 장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문학상 중 가장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딴지를 걸어보자. 모든 문학상의 태생적 한계지만 심사평은 당연히 찬양 일색의 주례사 비평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뽑아놓은 대상작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는 원천봉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시골 할머니들의 말을 빌리면 '구렁이가 제 몸 치는 격'이다. 7명이나 되는 심사위원 전원의 심사평을 싣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않다. 독자들에게 '그 밥에 그 나물'로 보이게 마련이다. 심사위원 대표의 총평 하나면 독자들도 그런대로 봐줄 수 있지는 않을까.

1977년 제1회  이상문학상 대상작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이래, 단 한번 복수 수상자가 1988년 제12회에 나왔다. 그 주인공과 작품은 임철우의 '붉은 방'과 한승원의 '해변의 길손'이었다. 대상 수상 작품의 저작권은 문학사상사가 보유하며 3년이 경과한 후 대상 작품을 저자의 작품집이나 전집에 수록할 수 있다. 다만 대상 작품명을 작품집의 표제작으로 쓸수 없다. 2002년도 제26회 대상은 권지예의 '뱀장어 스튜'였다.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2006년도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집인 '꽃게무덤'에 '뱀장어 스튜'가 들어있다. 참고로 동인문학상은 장편소설이나 소설작품집을 심사대상으로 한다. 문학권력을 쥔 출판사의 힘이 보인다.

2007년 대상작은 전경린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였고, 2008년은 권여선의 '사랑을 믿다'가 수상했다. 대상 수상자는 자신의 대표작 1편을 선정할 수 있는데, 권여선의 '내 정원의 붉은 열매'는 내게 대상작보다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무슨 이유일까. 형식의 완결성보다는 내용의 시대성을 더욱 중시하는 나의 소설적 취향 때문이다. '내 정원의 붉은 열매'는 작가의 대학 초년생의 경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이다. 80년대 대학 캠퍼스. 시대적 질곡과 억압에 젊은 영혼은 패기와 열정으로 저항한다.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는 자는 당연히 민중의 가슴에 총부리를 대고 정권을 찬탈한 군홧발 정권에 대들 수밖에 없다. 이념의 세례는 대부분 학습 소모임에서 이루어졌다. 이 소설의 소재가 바로 선후배간의 사상과 이념을 공부하는 소모임에서의 애증을 다루었기에 나의 관심이 컸다. 앞으로 작가의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손에 넣어야겠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0) 2008.05.15
박노자의 만감일기  (0) 2008.05.10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0) 2008.04.15
간절하게 참 철없이  (0) 2008.04.11
끌림  (0) 2008.04.06